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브라질 경보 선수 ‘카이오 본핌’의 모습. (출처=X @WorldAthletics 갈무리)
브라질의 한 경보 선수가 경기 중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내에게 혼날까 걱정이 된 그는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린 덕분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일 열린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km 경보에서 브라질의 카이오 본핌(34)은 1시간 18분 35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와의 격차는 8초였다.
■ 우승 원동력은 “아내에게 혼날까 봐”
자신의 SNS를 통해 결혼 반지를 찾았다며 공개한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caiobonfims 캡처)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 반지는 본핌의 부모가 준 것이다. 부모는 결혼 30주년까지 착용했던 여섯 개의 금반지를 녹여 하나로 만든 뒤 아들의 결혼 반지로 선물했다.
이 반지는 매우 무거워서 경기에 끼고 출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본핌의 어머니이자 전 브라질 경보 챔피온인 지아네티 본핌은 “반지를 빼두고 출전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본핌은 늘 반지를 끼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중 힘들 때마다 반지에 입을 맞추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3km 지점을 지날 때 반지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본핌은 “그래도 우승하면 아내가 혼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경기를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 ‘만년 2위’ 선수…기적적으로 우승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경보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본핌의 모습. (출처=인스타 @caiobonfims 갈무리)본핌은 그간 은메달만 땄던 선수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1위와 14초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대회 35km 경보에서도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이번 경기 내내 선두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과 스페인의 선수를 추월했지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은 2위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 일본의 야마니시 도시카즈 선수가 룰 위반으로 2분 페널티를 받아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고, 그대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결승 직전에서야 선두임을 깨닫고, 결승선을 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본핌은 “이번에도 은메달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일 줄은 상상 못 했다”고 말했다.
■ 귀국 직전 반지 찾았다
반지를 찾고 기뻐하는 카이오 본핌 선수의 모습. (출처=X @okizo4649 갈무리)사연이 전해지자, 현장에서는 반지 수색이 이어졌다. 일부 선수들은 코스를 따라 1시간가량 수색하기도 했다.
결국 귀국 직전, 한 시민이 반지를 찾아 브라질팀 관계자를 통해 본핌에게 전달했다. 본핌은 반지를 받아 든 뒤 기뻐하며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누리꾼들은 “귀국 전에 찾아서 다행이다”,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겠다”, “소파에서 안 자도 되겠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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