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 임플란트 임상시험 참가자가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글자를 읽는 모습. 사진=무어필즈 안과병원(Moorfields Eye Hospital) 공식 홈페이지 캡처
유럽 다수의 병원에서 실명 환자가 인공 칩을 이식받은 뒤 시력 회복에 성공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번 결과가 실명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치료법 없는 실명 질환’…황반변성 환자 대상 임상시험 진행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무어필즈 안과병원을 포함한 유럽 5개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의 17개 병원에서 칩 이식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프리마(Prima) 장치를 이식받은 38명의 환자 중 다수가 글자·숫자·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는 건성 황반변성(AMD) 으로 인한 지리적 위축증(GA) 을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주로 50세 이상 중·장년층에서 발병하며, 황반부 세포가 서서히 손상돼 중심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전 세계 약 500만 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 망막 아래 초소형 칩 이식…AI 안경으로 ‘시각 신호’ 복원
이에 연구팀은 시력을 잃은 망막을 대신해 빛 신호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리마(Prima)’ 장치를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장치는 2㎜×2㎜ 크기의 초소형 마이크로칩으로, 눈 중심부의 망막 아래에 삽입된다. 환자들은 비디오카메라가 내장된 증강현실(AR) 안경을 착용하고, 이를 허리에 부착한 소형 컴퓨터(줌 기능 포함)와 연결해 사용한다.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안경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망막과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하면, 뇌가 이 신호를 ‘시각’으로 인식한다. 환자는 안경을 이용해 읽고자 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스캔하며, 줌 기능으로 글자를 확대해 읽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수개월 동안 집중적인 시각 재활 훈련을 거쳤으며, 그 결과 칩을 이식받은 32명 중 27명이 중심 시력을 이용해 다시 읽을 수 있게 됐다.
PRIMA 임플란트 작동 원리 시뮬레이션 영상. 망막 아래에 초소형 칩을 삽입하는 수술 과정과, 장치를 통해 환자가 시각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 사진=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 공식 홈페이지
● “첫 글자가 보이던 순간, 짜릿했다”
영국 윌트셔(Wiltshire) 출신의 참가자 실라 어빈(Sheila Irvine) 은 “운전 중 도로 경계를 제대로 보지 못해 부딪히면서 이상을 느꼈다”며 “수술 전에는 눈앞에 두 개의 검은 원반이 보였고 주변부는 일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그 삶을 되찾고 싶었다”며 “수술 후 처음 글자가 보였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다시 읽는 법을 배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연습할수록 점점 나아진다. 지금은 훨씬 더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 “전례 없는 성과”…아직 상용화 전, 승인 신청 단계
무어필즈 안과병원과 UCL 안과연구소의 마히 무킷(Mahi Muqit) 전문의는 “실명 환자가 중심 시력을 실제로 회복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PRIMA 칩 수술은 2시간 이내에 훈련된 망막 전문의가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필즈 병원 측은 “이번 성과가 장치 상용화(판매 허가)를 위한 승인 절차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PRIMA 임플란트는 아직 정식 판매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개발사인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이 긍정적인 임상 예비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에 CE 마크 승인을 신청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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