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등 금지하며 ‘공포 통치’
親마두로 민병대가 주요도시 검문
임시대통령 취임식서 언론인 체포
휴대전화 압수, 사진-이메일 검열
베네수엘라 혼란 피해 콜롬비아로 5일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육로 국경을 통해 이웃 콜롬비아의 비야델로사리오로 넘어가고 있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한 후 경제난, 강력범죄, 반대파 탄압 여파로 약 80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해외로 도피했다. 비야델로사리오=AP 신화 뉴시스
“마두로 측근들이 정부를 이끄는 한 베네수엘라에 ‘표현의 자유’는 없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민 아나 씨는 5일 스페인어 매체 ‘엘문도’에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틀 전 미국에 의해 전격 축출됐다. 미국 등 서구 주요국에서는 마두로 정권하에서 탄압받다가 이주한 베네수엘라인들이 그의 퇴진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카라카스 현지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전 부통령 등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며 공포통치의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민은 “당국에 휴대전화를 압수당할 수 있어 외출하기 전 채팅 기록을 지웠다”고 했다. 카라카스 인근 과티레에서 교사로 일하는 힐마리스 에스피노사 씨 또한 “삼엄한 분위기 탓에 거리가 조용하다”며 마두로 축출을 환영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같은 날 ‘미국을 지지하는 의사를 보이는 사람을 검거하겠다’는 취지의 비상선포문을 공개했다.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공화국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은 당국이 이를 반대파 탄압에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통령은 임시 대통령 취임 같은 날 이틀 전 미국에 의해 축출된 마두로 대통령을 대신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전 부통령(왼쪽)이 수도 카라카스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카라카스=AP 신화 뉴시스비상선포문에 따르면 앞으로 90일간 국내 이동 제한, 집회 및 시위 권리 정지, 필요시 사유 재산 압류 등이 가능해진다. 정부군,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인프라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등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상선포의 효력은 추후 연장할 수 있다. 90일 후에도 비슷한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엘페리오디코 등 현지 언론은 카라카스 등 주요 도시에 친(親)마두로 민병대 ‘콜렉티보’ 대원과 보안군이 배치돼 검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콜렉티보는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통해 3선에 성공한 2024년 7월 대선 당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주도해 공포의 대상으로 통한다. 엘페리오디코는 “장총을 든 콜렉티보 대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 순찰을 돌자 시민들은 두려움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도 최소 14명의 언론인을 체포했다. 베네수엘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당국이 취재 중인 언론인을 체포했고 이들의 휴대전화를 뺏어 메모, 사진, 연락처, 이메일 등에 접속했다며 “언론 자유 침해”라고 규탄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미국에 인질로 붙잡힌 마두로 ‘대통령’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국회의원은 “아버지를 반드시 귀국시키겠다”고 외쳤다.
한편 이날 카라카스 대통령궁 인근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기(드론)가 접근해 베네수엘라 당국이 대응 사격에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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