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전설’ 모니카 셀레스(Monica Seles·51)가 3년 전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진단을 받았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셀레스는 오는 24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 대회 US오픈을 앞두고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진단 결과를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중증 근무력증은 일반인에 매우 낮선 질환이다. 지난달 말 방영을 시작한 럭비 소재 드라마 ‘트라이’에서 괴짜 감독 주가람(윤계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설정 돼 그나마 조금 알려졌다. 주가람이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걷지 못 하고 학교 복도에 쓰러지는 장면이 이 병의 증세를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준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중증 근무력증은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약 20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신경근 자가면역 질환이다. 그러나 “가벼운 증상의 경우 본인이 병이 있는 줄 모를 수 있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클리닉 측은 덧붙였다.
그랜드슬램 9회 우승과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 헌액 경력을 가진 셀레스는 “진단을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말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 병은 내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드라마 ‘트라이’에서 고교 럭비부 감독 주가람(윤계상)은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드라마 캡처.
중증 근무력증, 증상
셀레스는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나 원인을 알기 위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았다고 말했다.
“(가르치는)아이들이나 가족과 공을 치는데 공을 놓치곤 했어요. ‘공이 두 개로 보이네’라고 생각했죠. 이런 증상은 무시할 수 없어요.”
그녀는 심지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불어내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중증 근무력증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눈 주위에 많이 나타난다.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와 복시 등이 대표적이다. 말을 하려고 하는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음식을 삼킬 때 잘 넘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고, 얼굴 근육이 약화되며 피로를 쉽게 호소한다. 심하면 팔다리의 힘이 빠지면서 잘 넘어지는 근력 저하가 나타난다. 호흡 곤란, 호흡근 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신체 활동을 하면 근육이 약해지고, 휴식을 취하면 근력이 회복되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악화한다.
중증 근무력증의 원인
자가면역성 중증 근무력증은 면역 체계가 잘못 작동해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흉선(thymus gland) 내 일부 면역 세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실제 위협과, 몸의 건강한 성분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따르면, 이 질환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40세 이하 여성과 60세 이상 남성에서 더 흔하다.
모니카 셀레스. 소셜 미디어 캡처.
치료
현재 중증 근무력증의 완치법은 없지만,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치료 방법에는 약물 치료, 흉선 제거 수술, 생활습관 조정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중증 근무력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셀레스는 이제 ‘새로운 일상(new normal)’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고, 이번 건강 문제를 인생에서 적응이 필요한 또 다른 단계 중 하나로 표현했다.
“테니스 용어로 말하자면, 저는 몇 번 ‘리셋(reset)’—정확히는 ‘하드 리셋(hard reset)’—을 해야 했던 것 같아요”라고 셀레스가 말했다.
“제 첫 번째 하드 리셋은 13살 어린 나이에 유고슬라비아에서 미국으로 왔을 때였어요. 영어도 못했고, 가족과도 떨어져 있었죠.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게 된 것도 또 다른 리셋이었어요. 명성과 돈, 관심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는데, 16살(16세에 그랜드슬램(프랑스 오픈) 첫 우승)의 나이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는 건 쉽지 않았죠. 그리고 당연히, 제가 (1993년 테니스 경기 중)흉기에 공격당했을 때도 엄청난 리셋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중증 근무력증 진단을 받게 된 것 역시 또 한 번 리셋이 필요했죠. 하지만 제가 멘토링하는 아이들에게 늘 말하는 게 있어요. ‘항상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공은 계속 튀고 있으니, 너도 적응해야 해.’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거예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