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며, 치료 이후 암의 재발을 막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공개된 한 연구결과가 새로운 의문을 던졌다. 바로 극한 수준의 장거리 달리기(마라톤·울트라마라톤)가 오히려 대장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주 이노바 샤르 암연구소(Inova Schar Cancer Institute) 연구진은 35~50세 마라톤·울트라마라톤 주자 100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15%에서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진행성 샘종(선종)’이 발견됐으며, 41%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샘종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일반 인구 중 40대 후반에서 보고되는 진행성 샘종 발생률(4.5~6%)보다 높았다.
연구 규모가 작고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예비 결과로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발견 자체는 전 세계의 주목을 끌 만큼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달리기가 암을 일으킨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극단적 훈련 환경이 특정 집단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영국 앵글리아러스킨 대학교 의생명 과학과 저스틴 스테빙 교수가 비영리학술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한 가지 가설은 장시간 격렬한 운동 중 장(腸)으로 가는 혈류가 다리 근육으로 우선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허혈성 대장염·ischemic colitis) 때문이다. 이는 장거리 주자들이 흔히 겪는 ‘러너스 트롯’(runner’s trots) 또는 ‘러너스 다이어리아’(runner’s diarrhea)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저산소 상태→ 염증→회복’이 반복되며 조직 손상이 누적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샘종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직접적으로 혈류나 염증 지표를 측정하지 않았고 탈수, 진통소염제 사용, 특정 영양 습관, 낮은 체지방률 같은 다른 요인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밝히지 않은 것들
-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이 대장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증거 없음. -젊은 대장암 환자의 대부분이 극한 달리기 애호가가 아니기에 최근 젊은 대장암 급증과의 연관성 설명 못 함. -적당한 운동이 같은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음.
‘극한 스포츠’가 아닌 대부분의 운동은 ‘약’
규칙적인 운동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치료 후 생존율도 높인다는 사실이 수십 년간의 연구결과로 축적됐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운동 자체의 건강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은 약’이지만, 극단적인 장거리 달리기는 예외적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몸의 신호,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그 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운동 후 혈변, 배변 습관의 변화, 원인 모를 복통, 철분결핍성 빈혈이 나타나면 대개 ‘러너스 트롯’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강조한다.
지금껏 평균 위험군은 45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 받았다. 하지만 고강도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 중 증상이 있는 경우 더 이른 시점에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조언했다.
운동은 여전히 최고의 건강 지킴이 중 하나다. 단, ‘극단적 스포츠’로서의 마라톤과 ‘건강을 위한 적절한 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의 교훈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되,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라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