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인 노인들이 정상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노인들보다 큰 선택적 수술 후 단기 사망 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선택적 수술이란 응급 상황이 아니라 미리 계획해서 시행하는 수술을 말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체중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노인 환자에게는 다소 다른 이야기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의학자들이 주도해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 환자의 수술 예후를 분석한 결과 과체중(BMI 25-29.9) 그룹에서 가장 낮은 단기(30일 및 1년 후)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정상 및 저체중 환자들은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UCLA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세실리아 카날레스 조교수(책임 저자)는 “전통적인 수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상 BMI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는 노인의 경우 이러한 권고가 재고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인은 생리학적 특성이 다르며, 적당한 과체중이 수술 후 단기적으로는 보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19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주요 선택적 수술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41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을 BMI에 따라 분류하고, 수술 후 30일 및 1년 후 사망률, 합병증 여부, 퇴원 경로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과체중(BMI 25.0~29.9) 그룹의 30일 후 사망률은 0.8%로 나타났다. 반면 정상 BMI 환자는 18.8%, 저체중 환자는 15.0%로 집계됐다. 1년 후 사망률도 각각 5.5%, 28.6%, 16%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나이, 허약(노쇠) 정도, 기저 질환(암 포함) 등을 보정한 후에도 이러한 차이는 의미 있게 유지됐다. 약간 비만인 환자도 과체중 환자와 비슷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다만 고도비만 환자는 해당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문가들은 이를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과체중이 건강 위험을 높이지만, 특정 노인 집단에서는 높은 BMI가 오히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연구진은 높은 체질량지수가 수술이라는 급성 손상 후 회복에 필수적인 추가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수술 전후 합병증 등을 우려해 정상 체중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노인 환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동 저자인 UCLA 일반내과 캐서린 사르키시안 교수는 “노인 환자의 생리적 특성은 젊은 층과 다르기 때문에 수술 전 위험 평가를 할 때 이를 반영해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과체중이 건강에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노인 환자의 수술 전 상담과 위험 예측을 할 때 이들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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