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키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사지 연장 수술’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허경환과 김준호가 이 수술을 위해 병원 상담을 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 ‘키 크는 수술’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로맨틱코미디 ‘머티리얼리스트’에도 등장한다. 결혼정보 회사의 커플 매니저인 루시(다코타 존슨 분)가 새 연인 해리(페드로 파스칼 분)의 몸에 난 흉터를 의심하자, 돈 많고 잘 생긴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바로 다리 길이 연장 수술을 받아 키가 15cm나 커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곧 헤어진다.
소련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개발
사지연장술은 1950년대 소련의 외과의사 가브리일 아브라모비치 일리자로프(Gavriil Abramovich Ilizarov)가 다리 길이 차이나 기형 교정 등 치료 목적으로 처음 고안했다. 오늘날에는 미용 목적 수술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수술 후유증으로 기형이 된 사례가 늘어나자 2006년 미용 목적의 다리 연장 수술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사지 연장술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86억 달러(약 11조 924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최소 4000만원부터 수억 까지
비용은 매우 비싸다. 허경환과 김준호가 방문한 병원의 경우 최소 금액이 4000만 원 부터라고 의사가 설명했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의 한 장면. 훨친한 키의 금융업계 종사자 해리(페드로 파스칼 분)는 수술비 2억 7700만 원을 투자해 키를 15cm 늘렸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에서는 해리가 20만 달러(2억 7700만 원)를 들인 것으로 나온다. 38년 간 2만 5000건 이상의 다리 길이 연장 수술을 했다는 미국의 정형외과 전문의는 미국에서 종아리와 허벅지 뼈를 모두 잘라 늘릴 경우 그 정도 금액이 나온다고 야후 뉴스에 밝혔다.
키를 늘리는 방법
이 수술은 다리뼈를 일부러 절단한 뒤 수 주~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벌려서 새 뼈가 자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수술 과정은 크게 두 단계다. 먼저 외과의가 절골술(osteotomy)을 시행해 종이리나 허벅지 뼈를 두 부분으로 자른 뒤, 두 뼈 조각을 고정하는 연장 장치를 부착한다.
전통적인 방식은 얇은 금속 틀을 다리 바깥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옷 입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신 방법은 모터나 자석이 내장된 나사 모양의 장치를 뼈 안쪽에 삽입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형태다.
환자는 수 주 동안 걷지 못한 채 회복해야 하며, 이후 5~7개월 동안 하루에도 여러 번 장치를 조정해 뼈 간격을 하루 최대 1㎜씩 늘린다. 그 과정에서 뼈 사이에 새로운 뼈가 자라 간격을 메우게 된다. 뼈를 자르고 늘리는 수술이라 통증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악의 경우 영구적 불구 될 수도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속도를 잘못 조절하면 뼈가 아예 붙지 않거나, 체중을 지탱하기엔 너무 약한 조직으로 붙을 수 있다.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는 무릎 구축 우려도 있다. 또한 두 다리 길이가 다르게 자라거나 감염, 신경 손상, 괴사에 의한 영구적 장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44세인 허경환은 키(168.2㎝) 때문에 아직 결혼을 못 한 것 같다며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왔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상담의는 “가볍게 시도할 수술이 아니다”라며 “실패하면 합병증을 얻거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성공하면 좋지만 거꾸로 정말 인생이 망가질 수 있는 수술”이라고 경고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사지 연장술이 매우 고통스럽고 위험한 수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임상 개선·선택수술 회복 분야 잉글랜드 책임자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팀 브릭스 교수는 “이 수술은 심각한 침습적 시술로, 진정한 임상적 필요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유익할 수 있지만,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환자들은 수개월에 걸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감염, 신경 손상, 혈전, 심지어 영구 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터키 등 수술비가 싼 국가에서 원정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몇 인치를 늘리기 위해 건강과 생명을 도박에 걸지 마시라. 회복 과정과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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