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암-당뇨 걸릴 확률 40%”…날씨처럼 1200개 질병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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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18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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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구진 AI 개발…의료기록-생활 습관 분석해 계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앞으로 어떤 병에 걸릴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유럽 연구진이 개발한 새 인공지능(AI) ‘델파이-2M(Delphi-2M)’은 앞으로 10년 이상 개인의 건강 변화를 예측하고, 1000가지가 넘는 질병 발병 위험을 계산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내 건강, 날씨 예보처럼 예측

이 AI는 의료 기록, 생활 습관(흡연·음주·비만 여부), 나이, 성별 같은 정보를 분석해 무슨 일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도록 훈련되었다. ‘몇 년 몇 월 며칠 심장마비 발생’처럼 정확한 날짜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안에 암, 당뇨병,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을 일기예보처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에서 “주말에 비 올 확률 70%”라고 하는 것처럼 “향후 10년 안에 당뇨병 발병 확률 40%”와 같이 시간에 따른 확률값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AI가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질병은 총 1231가지에 달한다. 감염처럼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보다는 제2형 당뇨병, 심장마비, 패혈증처럼 진행이 명확한 질병을 예측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델파이-2M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만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이어 덴마크 국가 환자 등록시스템에 포함된 190만 명 데이트를 사용하여 예측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거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존 도구와 뭐가 다를까?

지금까지 사용한 위험 예측 방식은 대부분 심장병, 뇌졸중처럼 질환 하나만 다뤘다.
하지만 델파이-2M은 1000가지 이상의 질병을 동시에, 그리고 최장 20년 뒤까지 내다본다.

도구 개발에 참여한 유럽 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이완 버니 임시 소장은 “앞으로 몇 년 안에 환자들이 이 도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 네 가지’와 ‘꼭 바꿔야 할 습관 두 가지’를 알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에게 체중 관리와 금연은 공통된 조언이겠지만, AI는 여기에 더해 개인별로 훨씬 구체적인 맞춤 조언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간 질환 발생 위험이 큰 사람에게는 알코올 섭취량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줄이라는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내 건강 리포트 시대 열린다”

도구 개발에 참여한 독일 암연구센터 종양 AI 부서장 모리츠 거스퉁(Moritz Gerstung) 교수는 “이는 인간 건강과 질병 진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의 시작”이라며, “델파이-2M과 같은 생성형 모델은 미래에 개별 맞춤형 치료와 대규모 보건의료 수요 예측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건강검진을 받으면, 혈액검사 결과지처럼 “나의 10년 후 건강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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