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전자 있어도…‘OOO 식단’ 지키면 위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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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8월 26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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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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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APOE4 유전자 변이를 두 개 보유하고 있더라도,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따르면 위험을 최소 35%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유전력이 80%를 차지한다. 이는 누가 치매에 걸릴지 여부는 개인의 유전자 차이가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유전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전적으로만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20%는 생활습관, 환경, 교육 수준,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유전적 요인 중 아포지단백(APOE) 유전자 변이, 특히 APOE4는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만 가질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4배, 두 개 모두 가진 APOE4 동형접합자는 그 위험이 8~12배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이 주도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이러한 유전적 위험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89~2023년 여성 4215명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추적한 간호사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와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남성 1490명을 추적 관찰한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 데이터를 분석했다.

두 코호트(동일집단)를 합치면 남녀 5700여명을 최장 34년간 관찰한 대규모 연구다. 참가자들의 장기적인 식습관을 조사해 지중해식 식단 실천 점수를 평가해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 오일, 생선 섭취를 권장하고 요거트와 치즈 등 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가급적 줄일 것을 권장한다.

식단 평가와 함께 혈액에서 대사체 프로파일을 측정하고 ,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 참가자의 APOE4 변이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 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정기적으로 인지 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

APOE4 변이 유전자 2개(동형접합자) 가진 경우 보호 효과 최대

연구 결과, 지중해식 식단 점수가 높은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느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APOE4 변이 유전자가 2개인 사람들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APOE4 동형접합자 중 지중해식 식단 상위군의 치매 위험은 하위군보다 약 35% 낮았다. 반면 변이 유전자가 1개인 그룹과 없는 그룹은 위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뚜렷하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가장 높은 위험을 지닌 사람일수록 지중해식 식단의 보호효과가 크게 나타난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구의 약 25%는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 가지고 있으며, 2개 보유자는 약 2~3%다. 이 변이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원래 APOE 단백질은 혈액과 뇌에서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변이형은 이 과정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 및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에 영향을 주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중해식 식단, 대사체 프로파일 조절

연구진은 지중해식 식단이 혈중 대사체 프로파일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하여 이러한 효과를 낸다고 봤다. 대사체 프로파일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는 말은 우리 몸속에서 음식이 분해되고 흡수된 뒤 생겨나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콜레스테롤, 젖산 등의 대사산물의 양과 균형을 건강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APOE4 동형접합자에서는 지중해식 식단이 인지 건강과 연관된 대사체 패턴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4-구아니디노부타노에이트(4-guanidinobutanoate), 카로티노이드, 글루타민 등이 인지 보호 효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멘델 무작위화(MR) 분석에서 확인되었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 의대 위시 류 박사는 “이번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식이 전략이 주요 대사 경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일반인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APOE4 변이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처럼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미와 한계

연구진은 “이 결과는 특정 대사체 경로를 조절하는 식단 전략이 유전적 고위험군의 치매 예방에 특히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주로 고학력 유럽계 백인 인구였기 때문에, 다른 인종·집단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APOE4라는 가장 강력한 알츠하이머 유전자 위험 요인이 있더라도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앞으로는 의사들이 치매 위험 평가에서 유전자와 대사체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제안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891-5#MOES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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