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세~79세 성인 약 12억 8000만 명이 앓고 있는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연하게도 혈압을 낮춰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 떨어뜨려야 환자에게 최선을 결과를 가져오느냐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게재된 대규모 분석 연구는 수축기 혈압을 120~130mmHg 미만으로 낮추는 집중 조절이 140mmHg 전후를 목표로 하는 표준 치료보다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약 8만 여명(아시아인 82.6%·중위연령 64세)을 대상으로 한 6개의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에서, 집중 조절군은 주요 심혈관 사건이 더 적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 위험도 따른다. 연구에 따르면 집중 조절군은 어지럼증, 실신, 신장 기능 저하, 부정맥 등 이상 반응이 표준 치료군보다 더 많이 나타났다.
따라서 혈압을 더 낮추는 것이 주요 이익은 크지만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혈압을 강하게 낮추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집중 조절과 표준 치료의 차이는 명확하다.
표준 치료는 약물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수축기 혈압을 140mmHg(고령자의 경우 1500mmHg)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비교적 안전하지만 심혈관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
반면 집중 조절은 수축기 혈압을 120~130mmHg 미만으로 낮추는 적극적 치료법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크지만 부작용 위험이 따라 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압을 얼마나 낮추는 게 적절한가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이 벌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한 쪽에선 “특히 고령층의 경우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어지럼증과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더 크므로 적극적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혈압은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다. 하지만 조용히 혈관과 장기를 망가뜨린다. 그래서 진단 직후부터 적절한 치료 목표를 세우는 것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다.
선양 중국의과대학 부속 제1병원 연구진은 신장 관련 이상 반응을 고려하더라도 적극적 혈압 조절이 ‘순이익’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임상의들에게 “과잉치료와 과소치료를 모두 피하면서 환자 개인의 나이, 동반질환, 낙상 위험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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