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올림픽金 5개 ‘신궁 부부’ 박성현-박경모 “세 딸이 축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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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찾은 ‘신궁 부부’ 박성현(왼쪽)-박경모가 양궁 경기가 열린 앵발리드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박성현 제공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찾은 ‘신궁 부부’ 박성현(왼쪽)-박경모가 양궁 경기가 열린 앵발리드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박성현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한국 양궁의 ‘신궁(新弓)’ 계보를 얘기할 때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42)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박성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 선수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도 달성했다.

남편 박경모 공주시청 감독(50) 역시 신궁이다. 박경모도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두 사람의 집에는 올림픽 금메달 5개를 비롯해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수집한 금빛 메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두 신궁의 만남 뒤엔 뜻밖의 사연이 있다. 박성현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1년 한국 양궁 대표팀은 경남 진해의 해군 특수전전단(UDT)에 입소해 특수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이때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양궁협회는 즉시 남자 선수들의 대표팀 자격을 박탈하고 2진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박경모는 그때 태극마크를 단 4명 중 한 명이었다.

선수촌에서 동고동락하던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박성현은 2003년부터 여자팀 주장을 맡았고, 당시 박경모는 남자팀 주장이었다. 둘은 힘들 때 서로의 힘이 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다만 둘의 만남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료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몰랐던 둘의 교제 소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경기가 끝난 뒤에야 알려졌다.

공교롭게 두 선수 모두 개인전에서 1점 차로 은메달에 그쳤다. 박성현은 “일부이긴 하지만 연애하느라 금메달을 못 땄다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서로가 있었기에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단체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은 그해 말 결혼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면서 박성현은 예상보다 빠른 은퇴를 했다. 그는 2010년 플레잉코치를 거쳐 2011년부터 전북도청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박경모도 2011년부터 공주시청 팀을 맡고 있다. 박성현은 “선수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집에서 양궁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여자팀, 남편은 남자팀을 맡고 있는데 서로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부부는 금메달 해설위원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한 지상파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함께했다.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전 종목(당시 금메달 4개)을 석권했고, 2021년에도 금메달 4개를 땄다. 지난해 파리에서는 금메달 5개로 또 한 번 전 종목을 제패했다. 박성현은 “같이 공부하고 같이 준비한다. 언제든 믿을 수 있는 내 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겠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방을 하나만 줘도 되니 좋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부부는 슬하에 예진(14), 수진(12), 나윤(9) 등 세 딸을 뒀다. 박성현은 “애들이 많이 커서 대화가 되니 너무 재미있고 시간이 빨리 간다”라며 “믿음직한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축복인 것 같다. 감독, 아내, 엄마 등 1인 3역으로 사는 게 바쁘지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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