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기용]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한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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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산업2부장
김기용 산업2부장
서울 시민의 절반가량은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만 15세 이상 서울 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0.1%가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강을 꼽았다. 특히 20대(62%)와 30대(54.7%)가 뚜렷하게 높았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달리기, 공원 데이트, 가족 나들이 등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한강을 즐긴 경험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강에 대한 긍정 경험이 많을수록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강 접근성 매우 떨어져


반대로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머지 절반은 ‘한강 경험’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한강을 쉽게 갈 수 있어야 한강 경험이 늘어날 텐데 아쉽게도 한강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한강변 북쪽은 강변북로가, 남쪽은 올림픽대로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왕복 8차로, 폭 40m짜리 거대 도로를 가로질러 한강에 갈 수는 없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지하로 뚫어 놓은 나들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나들목은 ‘토끼굴’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통로가 어둡고 좁으며 굴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나들목을 62개까지 늘리고 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나들목을 만든다 한들 ‘땅굴’을 통해 한강에 가야만 하는 근본적 불편함을 해소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대로 위 ‘덮개 공원’ 아이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한강변에 접해 있는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올림픽대로에 덮개를 씌워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덮개 위는 공원으로 조성되고, 이곳을 통해 한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재건축 계획 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 주변 건축물을 제한할 수 있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홍수 방어 기능 약화, 환경 파괴, 안전성 확보 미흡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특히 공공성 부족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특정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특혜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아파트들이 재건축 이후 외부 사람들의 통행을 막아버리면 기껏 조성해 놓은 덮개 공원은 ‘그들만의 앞마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한강 돼야

한강유역환경청의 우려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대만 고집할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덮개 공원을 통해 한강의 환경을 보호하고 동시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덮개 공원을 모두 공공개방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큰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덮개 공원을 넘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하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올림픽대로 길이는 약 42km이며 폭은 40m다. 올림픽대로 면적을 단순 계산하면 약 1.68km², 축구장 224개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한강변에 이 정도 규모의 땅이 만들어진다면 서울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각종 체육시설과 다양한 박물관, 도서관 등이 즐비하고 세련된 카페와 음식점들이 늘어선 한강변을 즐길 수 있다. 한강 접근성이 좋아지면 현재 유명무실한 수상 택시, 수상 버스 등을 통한 교통 분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서울시에서 한강본부장을 지낸 인사에 따르면 이미 기술적 검토는 충분히 이뤄졌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023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더 이상 한강을 ‘보는 강’으로 둘 수 없고 ‘경험하고 즐기는 강’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혜 우려에 막혀 규제와 반대만 하기엔 한강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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