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비공개면 특검 출석”… 공개 땐 불응하겠다는 생떼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6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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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6.2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6.2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26일 특검에 비공개가 아니면 출석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체포영장 기각 전과 직후만 해도 특검의 조사 요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던 윤 전 대통령 측이 하루 만에 조건을 붙이며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특검 측은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불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법원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다’며 25일 기각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시간을 특검이 정한 28일 오전 9시가 아닌 10시로 늦추고 출석 장면을 비공개해 달라고 특검에 요청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았던 전직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포토라인에 섰다. 윤 전 대통령이 출석 거부의 명분을 쌓으려고 생떼에 가까운 요구를 들고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억지를 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소환을 통보하자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버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에 대해서마저 경호처의 보호막 뒤에 숨어 집행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하라”며 경호처에 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메시지까지 발견됐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내세워 경찰의 출석 요구를 무시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법원이 관련자 접촉 금지 등의 조건으로 보석을 결정하자 “사실상 구속 연장”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특검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려다가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 기술을 동원해 조건 없이 풀려나려다가 오히려 6개월 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어떻게든 수사를 피해 보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 구차하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이다.


#윤석열#특검#체포영장#출석 요구#비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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