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대출 초강력 규제… 공급대책 병행해야 집값 잡힐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7일 23시 30분


코멘트
27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 뉴시스
27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오늘부터 수도권과 서울 강남 3구·용산 등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 상한이 6억 원으로 제한되고, 주담대로 집을 산 사람은 6개월 내에 입주해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출을 꽁꽁 틀어막아 ‘영끌’ ‘빚투’ 아파트 구매 수요를 억제하는 초강력 대책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 방안은 소득 수준, 아파트 가격에 관계없이 주담대 한도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절반 수준인 6억 원으로 묶는 게 핵심이다.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은 아예 주담대가 금지된다.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에겐 6개월 내 입주를 의무화해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를 차단했다. 하반기부터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은 절반으로 줄고,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저리의 정책대출도 25% 축소돼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정부는 필요하면 규제 지역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책은 집값 상승을 주도해 온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지의 고가 주택을 겨냥했다. 상당한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6억 원 이하의 대출을 받는 정도로는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구매하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5억 원 이상 주택의 주담대를 금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집값·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주담대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맞물려 부동산 과열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가 출범 23일 만에 황급히 대책을 내놓은 건 아파트값 불안이 위험 수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상승세가 1년간 유지될 경우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10%, 강남 3구는 30%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곧 수십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풀리고,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인하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것은 정부가 집값을 잡는 몇 안 되는 카드 중 하나다.

대출 규제는 주택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을 잠시 멈출 순 있어도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문 정부 때는 강력한 금융, 세금 규제책을 낼 때마다 집값이 잠깐 주춤했다가 금세 재발해 더 많이 상승하는 일이 반복됐다. 대출을 틀어막고, 세금을 올리더라도 사람들이 들어가 살고 싶은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한 수요 억제책으로 시간을 번 만큼 이제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현실화, 3기 신도시의 신속 추진 등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부동산 대책#주택담보대출#대출 규제#집값 상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