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명성 얻은 특산품… 이명 완화에 도움되는 잣[이상곤의 실록한의학]〈163〉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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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신라 진덕여왕 즉위 첫해인 647년, 백제군과 맞붙은 김유신은 장군 비령자에게 “적군에 돌진해 죽으라”는 임무를 맡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듯, 그대의 진정한 용기도 그제야 빛을 보는구나.”(삼국사기 47권)

소나무와 잣나무를 일컫는 ‘송백(松柏)’의 푸름을 잘 보여주는 그림으로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있다. 문제는 삼국사기나 세한도의 송백 중 백(柏)은 잣나무가 아닌 측백나무라는 것이다. 측백나무의 씨앗 역시 백자인(柏子仁)이라고 한다. 옛 문헌에 나오는 푸른 나무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뜻한다.

측백나무를 잣나무로 오해한 것은 잣나무가 한반도의 특산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잣나무의 학명은 ‘피누스 코라이엔시스(Pinus koraiensis)’다. 잣나무는 예부터 신라송, 해송, 과송, 유송이라고도 불려왔으며, 우리 민족의 문화와 함께 생활해 온 중요한 나무다. 그 씨앗인 잣은 귀한 약재이자 식재료로 사용돼 왔고 곧게 뻗은 줄기, 사철 푸른 잎 등은 ‘한결같음’ ‘충성심’을 상징해 궁궐의 조경수로도 많이 사용됐다.

신라시대 중국에 보낸 공물 중에는 인삼과 해송자(海松子)가 있었다. 해송자는 ‘바다 건너온 소나무 씨앗’이란 뜻으로, 잣을 가리킨다. 한반도의 특산물인 잣이 중국으로 건너가 해송자라는 이름까지 얻을 만큼 명성이 높았다. 실제로 중국 당나라 의학 서적인 ‘해약본초’에는 그 생산지를 신라라고 쓰고 있으며, 명나라 때 ‘본초강목’에서는 신라송자(新羅松子)라고 기록돼 있다. 잣나무는 신라시대부터 약재와 조경수로서 수요가 많아 인공조림을 했다. 통일신라시대인 815년에 제작된 ‘신라촌장적’에 이미 인공조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한의학에서는 나무에도 음양이 있다. 소나무는 사철 푸르며 시들지 않고 곧바로 올라온다. 또한 굳세고 바르다. 사철 푸른 소나무는 양이며, 신체의 상부인 양적인 위치에 자리한 심장과 폐를 돕는 작용을 한다. 반대로 단풍나무는 음이다. 철마다 푸른색,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부드럽고 연하다. 수액도 풍성해 고로쇠물을 채취하기도 한다.

잣나무는 양적이면서 기름이 많다. 심장, 폐 등 우리 몸의 양적인 영역에 기름칠을 한다. 실제 잣에는 리놀산을 비롯한 식물성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러한 성분들은 중성지방을 비롯한 콜레스테롤을 녹인다. 비만인이 먹으면 다이어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동맥경화 예방, 강장, 이뇨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몸이 허약하거나 살이 갑자기 빠질 때, 마른기침이나 노인 변비를 고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은 잣의 효용에 대해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며 배고픈 줄을 모르고 늙지 않는다”고 썼다. 자양강장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잣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되는 이명에도 효과가 있다. 이명은 피로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발생하거나 심해지는데, 만약 원기가 떨어져 이명이 들리거나 일어설 때 어지러운 증상이 있다면 잣 60알 정도를 찧어 오미자 달인 물로 하루 세 번씩 먹으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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