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엄마가 되기란 쉽지 않다. 본의 아니게 아이의 냄새, 웃음 소리, 종알거리는 목소리로 대가를 받아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엄마로 살기는 쉽지 않다. 엄마의 기준은 ‘좋은 엄마’ 혹은 ‘훌륭한 엄마’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엄마들은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리게 된다. 최선을 다해도 만족스러운 엄마가 되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수백 명의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함께 있었다. 본능적으로 다정하고 아기를 보면 눈을 빛내는 집단이었다. 우리에게는 이름이 없었고 그저 누구 엄마로만 존재했는데 본명을 잃은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싫지 않았고 나쁘지 않았다. 그걸 정확히 표현하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시인의 말처럼 엄마는 자기 이름을 내던지고 엄마가 된다. 그런 엄마에게 자기 자신은 없고, 중요하지 않고, 중요할 수 없다. 나를 비워 아이를 채운다. 이런 엄마를 우주가 안아주면 좋겠다. 저항값이 전혀 없이, 엄마 우주를 우주 엄마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 물론 우리가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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