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가족 전달체계 분절의 벽 허물라[내 생각은/김기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6일 23시 06분


코멘트
학대와 가정폭력에 힘들어하다 가출한 14세 A 군. A 군을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팀이 발견한다면 그룹홈에 배치한 뒤 ‘보호대상아동’으로 분류해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원을 시작할 것이다. 만약 A 군이 가출 후 청소년쉼터와 접촉했다면 쉼터에서 ‘가정 밖 청소년’으로 불리며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른 여성가족부 관할 지원서비스를 받게 된다. A 군이 거리 생활 중 경찰에 발견되면 통고 제도에 따라 ‘우범소년’이 돼 소년원에 입소하기 쉽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 군과 같은 위기 아동·청소년이 처음 어느 기관과 만나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호와 지원이 판이했다. 이후 자립지원도 천차만별이었다.

현행 법에 아동은 18세 미만, 청소년은 9∼24세, 청년은 19∼34세로 연령이 중복된다. 복지정책 역시 보건복지부와 여가부로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유사 서비스 기관이 중복 설립돼 있는가 하면, 사각지대도 많아 효과적인 서비스 연계가 어렵다. 생애초기 아동과 청소년, 청년에 대한 연속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지만, 유사 서비스를 중복해서 받거나 정작 필요한 지원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 전달체계 분절로 인해 아동·청소년·가족의 의미 있는 변화와 성장, 역량 강화를 이루어 내긴 어려운 구조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정부정책 조정 기능 강화 및 부처 간 기능 명확화를 반복적으로 권고해왔다. 선진국은 아동·청소년·가족에 관해 통합된 정책 조직을 운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청소년·청년을 별도의 중장기 계획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 아동, 청소년, 가족복지 학회가 처음으로 모여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선 전달체계 분절로 인한 현장의 혼란과 아동가족청 설립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이재명 정부는 ‘돌봄기본사회’를 천명하고 있다. 생애초기 튼튼하고 촘촘한 통합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기본사회를 말하는 우리는 정말 기본에 충실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아동복지#청소년복지#가출청소년#보호대상아동#우범소년#통합정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