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 대출규제… 예상 부작용 충분한 설명 아쉬워
‘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 기획… 현상 원인과 파급 상세하게 분석
‘지방자치 30주년’ 관련 시리즈… 성공 사례 위주, 개선점도 짚어야
21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1대 대통령 선거,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한미 관세 협상,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스라엘-이란 중동전쟁 등과 관련한 보도 내용을 두고 토론했다. 왼쪽부터 권석준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석병훈 정원수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월 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새 정부 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새 정부는 출범 후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예산이 담긴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1일 이런 내용과 관련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권석준 위원=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된 7월 9일자 A2면 〈韓日에 ‘복붙’ 서한… 핵심 동맹 관세 먼저 공개하며 노골적 압박〉, 7월 11일자 A5면 〈관세 D-20 美 설득 카드 고민… 정부, 국방비 3.5%로 증액 검토〉 기사 등은 대외 경제 정책을 논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특수성, 즉 미국과 안보 동맹 체제라는 관점에서 관세 협상이 하나의 밸런스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분석한 것 같습니다. 한국이 미국 정부와 벌이는 관세 협상은 다른 나라와 달리 안보가 무게추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 점을 잘 부각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 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영역에서 어떤 파급이 있을지를 다루는 후속 보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준웅 위원=5월 30일자 A3면 〈또 선관위 부실 관리 논란… 투표용지 외부 반출, 용지 든 채 밥 먹고 와 투표도〉, 6월 19일자 A12면 〈“유권자 자작극”이라던 ‘기표 용지’, 선관위 실수였다〉 기사는 사실을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부정선거가 있었다 없었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나사가 약간 빠진 채로 선거 관리를 했다고 느끼게 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안 자체도 자세히 다루고, 또 선관위의 관리 책임을 엄하게 묻는 비판 기사를 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선관위가 사전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두고 유권자 자작극이라고 했던 사안은 경찰 수사 결과 선관위 직원의 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좀 더 자세하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은경 위원=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다른 중요한 이슈들도 있었는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슈에 기사가 집중됐습니다. 정책 방향 등과 관련된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이 후보자의 표절 논란과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에 관한 보도가 이어져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은 주적’이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고, 심지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강경 정책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란 취지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언을 했는데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인사청문회는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계속 가서는 별 실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인사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국민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가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인사청문회가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석병훈 위원=6·27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된 6월 28일자 3면 〈주담대 받아 집 사면 6개월 내 전입해야… ‘갭 투자’ 사실상 차단〉 기사는 정부 정책의 의도를 상세히 설명한 것은 좋았습니다만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균형 있게 담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이번 규제로 중도금이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히 다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원칙을 깨뜨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이번 규제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각자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으라’란 대원칙을 깨고 대출 한도를 갑자기 6억 원으로 제한했다는 겁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인데, 금융소비자로서는 원칙이 앞으로 또 깨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규제 불확실성에 노출됐다는 것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등 주택시장 가격 구조가 왜곡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짚었어야 합니다.
최은봉 위원=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중동전쟁과 관련해 6월 24일자 A25면 〈‘미사일 알림 100개’ 사선 넘어 탈출한 韓 유학생〉 기사는 독자의 눈길을 끌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A 씨가 이란의 공습을 피해 요르단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험난한 과정을 전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의 귀국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A 씨에 관한 정보가 기사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기사에는 이스라엘 한인회와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 요르단 한인회 등이 A 씨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돼 있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라도 담았더라면 좀 더 나았을 것입니다.
이은경 위원=7월 7일자 A8면 〈與, 검찰개혁 TF 가동…‘수사-기소 분리안’ 추석 전 속도전〉 기사는 검찰개혁과 관련된 4개 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7월 10일자 A8면 〈“檢 수사-기소 분리 대세” “정치경찰 탄생할 것”〉 2단 기사에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공청회가 열렸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검찰개혁안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므로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지면을 충분히 할애해 검찰개혁안에 대한 찬반 양론을 모두 상세하게 다뤘어야 합니다.
석 위원=7월 3일자 A6면에 〈주주 충실 의무-대주주 의결권 3% 제한… 與 주장 대부분 반영돼〉 기사가, 7월 8일자 B2면에 〈‘빚 탕감’ 배드뱅크 재원 절반 4000억 원, 전 금융권이 부담〉 기사가 실렸습니다. 상법 개정안에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를 명문화해 놓고서 배드뱅크를 설립한다고 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 4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기사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이 없습니다. 민간 은행 이사회가 배드뱅크 재원을 부담하는 결정을 하면 은행 이익 중 주주 배당이 줄게 되고 그러면 결국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경을 30조 원이나 편성하는데 그중 20조 원가량은 적자국채를 발행합니다. 결국 국가 재정 상태를 안 좋게 만드는 것인데, 그래 놓고 정부는 “나라 살림이 좋지 않다. 재정을 아껴 써야 한다”란 말을 하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권 위원=5월 28일자 A2면과 6월 2일자 A10면에 쓴 ‘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 상·하 시리즈 기사는 현상의 원인과 파급을 잘 짚었습니다. 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에 대응하는 각국의 전략과 한국에 시사하는 점까지 담았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한국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의 상황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 좋았습니다. 이는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의 국내 복귀 의사와 관련해 더 세밀한 데이터가 필요한 정부 정책 입안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 기사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한국 학계나 업계에서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정책 제언을 위해서라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고려할 만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로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지, 다른 나라로 이미 이직한 과학자들은 어떤 점에 만족하고 또 어떤 점에 불만족스러워 하는지도 분석해서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 위원=6월 9일자부터 보도하기 시작한 ‘지방자치 30주년’ 기획 시리즈는 시의성이 좋았습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 가운데는 지방에 관한 정책이 많습니다. 또 내년 6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교육, 환경, 도시문화, 저출산, 초고령사회,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정책 발굴과 시행 스토리를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다만 성공한 정책 사례 위주로만 시리즈를 구성한 것은 아쉽습니다. 성과 이면의 취약성이나 부실한 부분은 없었는지도 함께 짚어 개선이 필요한 내용까지 다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