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다 하다 전한길 ‘면접’까지… 국힘 부끄럽지도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0일 23시 24분


코멘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 안철수 의원. 뉴스1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 안철수 의원. 뉴스1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 후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이 갈 것이냐 묻는 질의서를 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 씨는 최근 채널A 유튜브에 나와 이같이 말하며 “무조건 같이 간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당 대표 ‘평가 면접 시험’을 보겠다는 뜻이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헛웃음으로 넘길 제안이지만 놀랍게도 당 대표 후보 2명이 이에 응하겠다고 한다.

전 씨의 제안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은 “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한다”고 했고, 장동혁 의원 측도 “후보 검증을 위해 보내오는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구독자 수가 40만 명이 넘는 전 씨의 유튜브 출연도 검토 중이다. 모두 강성 당원들의 표를 얻어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부정선거론자가 슬그머니 입당해 공개 질의 운운하며 주인 행세까지 하려는 걸 막기는커녕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친윤 의원들 사이에서도 “참담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엔 힘을 못 쓰면서 자중지란으로 더 빠져들고 있다. 당 대표 선거 후보들끼리 ‘반탄’ ‘찬탄’으로 갈라져 “사퇴하라” “책임지라”며 서로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권성동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를 “여의도 대표 하남자” “(윤 전 대통령의) 하수인”이라 불러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이 출마했던 2021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입당해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는 의혹까지 폭로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으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풍비박산 난 국민의힘은 패인을 분석하고 쇄신에 나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혁신위를 내세워 혁신하는 시늉만 할 뿐 최소한의 인적 청산도 거부하고 있다. 상식적인 요구엔 귀 막고 내홍을 부추기는 극우 유튜버에게 휘둘리며 망하는 길로만 골라 가고 있으니 역대 최저 지지율에도 “아직 덜 망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국힘#전한길 면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