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랑어 많이 잡아도 유통 못 하는 현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33〉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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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유난히 질문을 많이 받는 칼럼이 있다. 앞선 132회 ‘몰려드는 참다랑어, 어획량 늘리려면’이 그랬다. 동해의 참다랑어 증가량을 면밀히 조사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총회 때 쿼터 할당량을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산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은 참다랑어는 죽자마자 몸에서 고열이 발생해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를 처리할 인프라가 없어서 문제라고 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참다랑어는 어획해 피를 뽑는 방혈 작업 이후에 신속하게 위판해 급랭해야 한다. 어로와 유통 시스템 전반을 정비하지 않으면 어획 할당량을 높인다고 해도 좋은 품질의 참다랑어를 유통할 수 없다.

우리 연근해에서 참다랑어가 잡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형 선망 어선에 포획되는 경우가 많다. 고등어, 전갱이 등의 먹잇감을 뒤쫓다가 1km가 넘는 그물에 둘러싸여 잡힌다. 대형 선망으로 잡은 생선은 전량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한다. 그런데 어획한 바다에서 위판장까지 10시간 이상 걸리는데 운송선에는 급랭창고가 없다. 참다랑어가 주요 어종이 아닐뿐더러 어획 할당량이 많지 않아 큰돈을 들여 급랭 시설을 두기 어렵다. 2025년 기준 한국이 받은 할당량 1219t 중 30kg 미만 참치 718t을 제외하면, 30kg 이상 대형 참다랑어 할당량은 501t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참다랑어가 폐기되고 있다.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 쳐놓는 정치망에도 많이 잡힌다. 물고기가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해 어군이 그물에 갇히게 하는 어법이다. 먹잇감을 따라 그물 안으로 들어온 참다랑어는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죽는다. 정치망은 하루에 1회 정도 끌어올리므로 장시간 바닷물 속에 방치되기 일쑤다.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기 어려운 어획 방식이다. 더욱이 한꺼번에 많이 잡히는 날에는 위판 시스템 미비로 가격이 폭락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참다랑어 어획에 특화된 어로와 위판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어업인, 중도매인, 수협, 해양수산부의 긴밀한 협력도 요구된다. 우리 어업인은 참다랑어를 잡아서 다루는 노하우가 부족하므로 어민 교육이 필요하다. 참다랑어를 위한 신속한 위판 시스템과 급랭창고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예산을 지원하고 수산업법, 어선법, 수산자원관리법 등 관련 법령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 유통 시스템 정비, 제도 개정 없이는 신선한 참다랑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렵다.

모든 위판장의 유통 시스템을 개선하고 급랭창고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 참다랑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지역을 우선 선정해서 시범 운영해도 좋다. 동해는 어종 교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바다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면 관계 기관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몇 년 뒤에도 이런 논란이 지속된다면 해수부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 바다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곧장 시작해야 한다. 개선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다.

#참다랑어#어획량#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방혈 작업#대형 선망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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