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로 이룬 기적, 지금은 국가가 지켜야 할 때[기고/이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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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50%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 여파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는 수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경북 포항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2공장 가동 중단 및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등으로 지역 1차 철강제조업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지난해 말 대비 3.6% 줄었다. 협력업체와 상권도 직격탄을 맞아 고용 불안이 커지고,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 폐업이 늘면서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포항은 철강산업의 생존을 넘어 지역 전체의 존립을 건 절박한 싸움을 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철강은 값싼 중국산 유입, 인건비 상승,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기업의 문제를 넘어 포항 경제와 시민들의 삶에까지 직결되는 문제다.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포항 경제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가 흔들린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수십 년간 쌓아 온 산업 생태계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강력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다. 다행히 정부도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 국회의원 106명은 4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

특히 다음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첫째, 미래 기술 선도를 위한 국가적 투자와 연구개발(R&D) 지원이다.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고부가가치 특수강 및 첨단 소재 개발을 위해 정부 주도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 제조 전환 및 친환경 설비 투자 지원이다. 각국 환경 규제에 대응하려면 친환경 설비 투자 상당 부분을 정부가 보조해 기업들이 과도한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수출 활성화 및 불공정 무역 행위 대응이다. 수출 판로 개척은 위기 극복의 핵심 열쇠다. 아울러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철강 관세 부과 같은 불공정 무역 행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력한 대응을 통해 공정한 무역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산업 전환에 대비한 인력 양성과 고용 안정화를 당부하고 싶다. 철강산업 특화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숙련 기술인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로 고용 불안을 겪는 기업과 근로자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및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결단의 순간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 포항시는 시민의 삶과 기업의 미래, 국가 산업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바꿀 것을 다짐하며 정부의 특단의 대책, 국회의 결단을 간곡히 요청한다.

#보호무역주의#철강산업#한미 관세#포스코#현대제철#포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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