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세안홀’ 개관… “외교 지평 넓히는 공간 될 것”[기고/김재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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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서울 한복판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만나는 새로운 외교 공간이 문을 연다. 8일 아세안 창립 58주년을 맞아 ‘서울 아세안홀’이 개관한다. 이날은 1967년 아세안의 창설을 기념하는 ‘아세안 데이’이기도 하다.

한-아세안센터가 조성한 이 공간은 아세안의 문화와 교류를 보여주는 전시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아세안을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층에 마련된 이 공간은 아세안 10개국이 공동으로 기획에 참여하고 전시 물품을 기증해, 상호 교류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국의 전통 공예품과 현대적 오브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세안을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개관 전시인 ‘푸릇 프룻: 과일이 있는 풍경’은 열대과일이라는 일상 소재를 통해 동남아의 일상 풍경과 예술을 감각적으로 조명한다. 동시에 전통 예술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아세안의 일상과 감성을 전하며, 방문객은 아세안 공동체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과 포용성을 경험하게 된다.

아세안은 이미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와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이며,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아세안 출신의 비중도 가장 높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아세안의 의미는 크다. 세계 3위의 인구 규모와 5위 경제권을 가진 아세안은 역동적인 경제공동체로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아세안은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해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세계 4위 경제권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도 수립했다. 또한 10월 개최될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아세안은 변화를 예고하면서 확장과 통합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은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왔다. 지난해 양측은 협력 수준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으며, 새 정부 출범 후 특사단을 파견해 아세안 중시 기조를 강조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외교적 진전에 더해 양측 간 협력 심화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높이려면 문화적 접점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외교 관계의 폭을 넓혔다면, 이제는 민관이 협력해 문화적 관계의 깊이를 더해가야 할 때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양측의 유대를 더욱 굳건히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다지는 데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 아세안홀의 역할과 위상도 더욱 분명해진다. 전시뿐만 아니라 도슨트 투어, 문화 토크, 청년 대상 교류 프로그램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아세안과의 접점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는 ‘정책 중심 외교’에서 ‘시민 체감 외교’로 나아가는 사례로 축적될 것이다.

2009년 출범한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가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협력 전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22년 제주 아세안홀 개관을 시작으로 지역 거점 공간을 확장해 왔다.

8일 개관한 서울 아세안홀이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신뢰의 공간으로서, 협력 외교의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길 기대한다.

#서울 아세안홀#외교#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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