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타 기준 26년 만에 완화… 지방선거용 사업 남발은 막아야

  • 동아일보

코멘트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준 금액이 바뀌는 건 처음이다. 이대로 법 개정이 되면 사업비가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도로·철도·항만 등의 SOC 사업은 예타를 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

예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 효과 등을 사전에 검증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SOC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는데도 예타 기준은 26년간 묶여 있다 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급등한 물가와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해 공공 공사 유찰이 늘었고, 예타 수행 기관의 독점 구조 속에 예타를 받는 데만 1, 2년씩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예타 기준 완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예타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선심성 SOC 사업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성을 무시한 채 표심을 겨냥한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SOC 사업 요구가 늘어날까 우려된다. 지금도 수조 원이 투입되는 지방공항이나 고속철도 사업을 두고 정치권이 예타 면제를 남발하는데, 예타 기준 자체가 낮아지면 지역용 퍼주기 공약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타에서 탈락했던 SOC 사업이나 예타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지자체가 포기한 사업들도 검증 없이 재추진될 수 있다. 26년 만의 예타 제도 개편이 ‘선거용’ SOC 사업을 늘려 혈세를 낭비하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예비타당성조사#총사업비#국비 지원#예타 기준 완화#지방선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