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전날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농성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인사 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이 14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일부 후보를 향해 “배신자” 연호를 주도하며 소란을 피운 한국사 강사 출신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에 대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경고는 징계 수위(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윤리위는 지난 대선 때 ‘후보 교체 날치기’ 사태와 관련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사무총장이던 권영세 이양수 의원에 대한 징계는 다음 달로 미뤘다.
전 씨에 대한 경고 결정은 지금 국민의힘이 얼마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지 그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이미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했는데도 윤리위는 ‘본인의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을 들어 경징계로 마무리했다. 윤리위원 중엔 “징계거리도 안 된다”며 주의 처분으로 끝내자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 ‘내란정당’의 오명을 씌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기, 즉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전 씨가 어느 순간 입당해 사실상 당을 접수했다는 말을 들으며 전당대회마저 ‘전한길 대회’로 만들었는데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처럼 당 내부를 규율할 기능마저 마비된 국민의힘이니 이젠 전 씨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형국이 됐다. 그는 “출당 징계를 당해도 새 지도부가 명예 회복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새 당 대표로 친길(친전한길) 후보가 당선되면 그 어떤 징계도 없던 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윤리위가 논의를 미룬 후보 교체 날치기와 관련해서도 안팎에선 당무감사위가 요구한 ‘당원권 정지 3년’은커녕 사실상 면죄부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힘은 ‘1호 당원’의 시대착오적 친위 쿠데타 이후에도 그와 단절하지 않은 채 ‘반(反)이재명’ 여론에 기생하려 했다. 그 결과가 한밤중 후보 교체 날치기 촌극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위험한 결탁이었다. 비대위가 새로 꾸려지고 혁신위가 몇 번 엎어지면서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은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듯하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고자 한다면 그 시작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정을 망친 윤석열 정권, 그 대통령 부부가 벌인 불법 부정과 절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데도 그런 단절과 새출발 없이 소수 강성 지지층에 기대 연명의 길을 가려 한다. 대체 어디까지 추락해야 국민 무서운 줄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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