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를 마치고 토트넘 선수들이 손흥민을 헹가래 치고 있다.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세계 최고의 스타 리오넬 메시(38)였지만 그의 지난 무대 고별전은 야유로 얼룩졌다. 2023년 6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과 클레르몽의 경기. 장내 방송으로 메시 이름이 나올 때부터 관중들은 야유를 시작했고 경기 내내 이어졌다. 실수를 하거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더 큰 야유가 쏟아졌다. 메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은 2-3으로 졌다. PSG가 우승을 확정한 상태라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메시의 PSG 고별전이라는 것을 알고도 팬들이 보여준 반응은 싸늘했다.
PSG 팬들이 메시를 야유한 건 메시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메시는 202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PSG로 옮겼다. 프랑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메시는 PSG 소속 기간 동안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를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며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PSG 팬들이 기대했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PSG는 우승하지 못했다. 프랑스 팬들은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만 집중한다고 여겨 불만을 나타냈다. 메시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기에 실망도 컸다. 이런 점들이 겹치며 팬들과 메시 사이의 갈등은 커져 갔다. 메시를 둘러싸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이적설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메시가 구단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것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팬들은 메시 규탄 시위까지 벌였다. 메시는 구단 징계를 받았고, 결국 사과했지만 팬들은 그의 고별전에서까지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메시는 이후 미국의 인터 마이애미로 옮겨갔다.
메시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가 친정팀이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날 때도 시끄러웠다. 호날두는 여러 팀을 거쳐 2021년 자신을 슈퍼스타로 키워 준 맨유로 복귀했다. 전성기를 지나고 있었지만 스타로서 타인 위에 군림하려 했던 그는 팀의 화근이 되었다. 감독이 그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자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집에 가버리기도 했다. 잦은 불화를 일으키던 그는 공개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해 버렸다. “감독이 나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지만 팀 단합을 부수는 말이었다. 그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맨유는 2022년 11월 호날두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사실상 방출이었다. 그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로 옮겼다.
손흥민(33)의 고별전은 눈물과 기립박수와 헌사로 채워졌다. 3일 서울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6만여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그는 토트넘 동료들로부터 그의 등번호 7번을 기리는 7번의 헹가래를 받았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를 양 팀 선수들 모두가 늘어서 영예롭게 환송했다. 손흥민은 구단 관계자들을 일일이 포옹한 뒤 눈물을 흘렸는데, 이는 냉혹한 프로축구의 세계 속에서도 그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지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손흥민은 운동장 밖에서도 인상적이었고 귀감이 됐다”고 그를 기렸다.
그의 고별전이 한국에서 치러져 한국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팀에서 10년간 헌신하며 실력과 인성 양면에서 팀을 이끌었다. 그의 열정과 헌신은 그를 더 빛나게 했다. 영국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구단 최초로 손흥민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아버지 손웅정 씨가 “실력으로 진 사람에게는 언제고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성으로 패배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패자부활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가르침을 끝까지 실천하는 것처럼 보인다.
메시와 호날두는 새로운 곳에서 큰 환대를 받았지만 그 이전 무대에서 떠날 때의 모습은 아쉬웠다. 손흥민은 떠날 때의 모습이 더 빛났다. 이것이 손흥민이 다른 스타들보다 더 성실하고 분명하게 쌓아 올린 ‘인성 축구’의 한 모습이다. 손흥민이 미국 LAFC로 옮긴 뒤 그의 유니폼 판매량이 전 세계 모든 선수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환영 받는 손흥민이 계속해서 ‘축구’와 ‘인품’에서 두 개의 탑을 쌓아 올리는 스타의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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