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13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연내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현재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에만 명시돼 있는데, 이를 근로기준법으로 확대해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 근로자 간의 차별을 없애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로 양극화 문제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54% 수준으로, 두 계층 간 임금 격차는 7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동일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워 원칙을 강제하면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규모 실태 조사를 통해 임금 정보를 국가 통계로 제공해 객관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투른 임금 정보 공개가 노사 갈등은 물론이고 노노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동일노동을 토대로 임금을 지급하려면 맡은 직무의 중요성이나 근로 강도, 업무를 통해 실제로 달성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성과급제로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직무급 도입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평생직장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국내에선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연공제) 관행 또한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인 기업 중 63%가 여전히 호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하나같이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정책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경영계 및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직무·성과급제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제도적 인센티브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전 정지 작업 없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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