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2025.8.19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4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들을 비롯한 경제계 대표들과 만났다. 25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사전 워크숍 성격이다. 이 대통령은 “수출 여건 변화로 정부와 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말했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말 한국 협상단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호관세율 15%,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포함한 총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등에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 기업들이 진행할 대미 투자는 추후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조선·철강·바이오 부문 대기업들의 협조 없이 정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정상 간 만남에서도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요구, 주장을 꺼내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많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의 철저한 리허설이 필요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꺼낼 것으로 유력시되는 국방비 증액 등 ‘안보 청구서’ 대응에도 기업들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한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인데, 미국은 이를 3.8∼5%로 올리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마스가 대미 투자,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국방비 증액과 연계하기 위해서도 기업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높아진 관세로 대미 수출길이 막혀 충격을 받고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의 활로 개척, 얼어붙은 청년 고용 문제 등의 해결도 정부가 기댈 수 있는 건 대부분 대기업들이다.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은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만큼 대기업들을 숨 막히게 한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관세장벽을 넘기 위한 기업의 미국 공장 건설 결정마저 노조가 파업을 벌일 이유가 될 수 있다. 더 센 상법은 행동주의펀드의 이사회 진입을 대폭 늘려 기업들의 신속한 의사 결정을 어렵게 할 것이다.
논란 많은 법안들이 통과돼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경영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 관세 전쟁과 경기 침체에 대응할 기업들의 뒷심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정부가 원팀 정신으로 한 몸처럼 뛰어야 할 지금은 기업의 발을 묶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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