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화학 재편 시동… 자구책 기대지 말고 정부가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9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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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사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하 같은 단순 연명을 위한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기업들이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이나 시설 통폐합 등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금융·세제 등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재도약하려면 기업들의 뼈를 깎는 쇄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주 이런 방향으로 석유화학 산업 구조재편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국내 기간산업으로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에 따른 구조적 불황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한때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었던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 여천NCC가 부도 직전에 대주주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을 정도다.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은 수익 마지노선인 70% 아래로 추락했고, 공장 설비를 철거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3년 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 분석을 내놨다.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동차, 전자, 건설 등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 산업의 붕괴가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석유화학은 전후방 고용 유발 인원만 40만 명에 달하는데, 기업 한두 곳이 공장을 멈추거나 부도날 경우 협력업체들이 쓰러지면서 지역경제가 파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위기를 막으려면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자구책에 기댄 산업 재편 방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 간 ‘빅딜’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설비 통폐합, 부실 사업 정리 등을 서둘러야 한다. 사업 재편을 뒷받침할 규제 완화와 재정·세제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수술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고통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석유화학#전기요금 인하#인수합병#구조조정#공급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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