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유럽 원전 진출 포기… 계약 경위 철저히 규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0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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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비소치나주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동아일보DB
체코 비소치나주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동아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북미,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에서 WEC에 수주 우선권을 넘겨줘 사실상 수주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또 향후 50년간 원전 수출 시 1기당 약 9000억 원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WEC와 맺고 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대로라면 체코 원전 수주가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던 윤석열 정부의 전망과 달리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어렵게 원전 수출에 성공해도 WEC의 일감을 보장하고 로열티를 주고 나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형모듈원전(SMR)을 수출할 때 WEC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내용도 있어 미래 원전기술마저 발목 잡힐 수도 있다. 계약 내용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다.

윤 정부가 원전 수출의 치적을 위해 무리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7월 한수원·한전이 체코 신규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대통령실은 “15년 만의 쾌거”라고 환호했고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WEC가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진정서를 제출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러자 지난해 11월 한수원·한전 이사회는 WEC와의 협력 원칙을 가결했고 올해 1월 WEC와의 분쟁 중단에 합의했다. 본계약을 서두르라는 정부의 압박에 불공정 합의를 수용한 건 아닌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원전 수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원천기술을 가진 WEC와의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있다. 원전 300기 증설을 추진하는 미국 시장에 한수원이 독자 진출은 할 수 없어도 WEC의 협력 파트너로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약 과정과 절차, 내용과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종합적인 손익 판단을 내려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 만큼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철저한 경위 조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 위에서 한국 원전 수출의 장기 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체코 원전#웨스팅하우스#불공정 계약#원전 수출#기술 사용료#원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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