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9일 구속 기소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재판에 넘겨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검이 수사 중인 김 여사의 혐의는 16개에 달한다. 이번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의혹, 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의 금품 청탁 의혹 등 3가지 혐의로 우선 기소됐다.
윤석열 정부의 ‘그림자 권력’으로 행세했던 김 여사에게 기소는 예견됐던 일이다. 남편의 맹목적 감싸기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속에 김 여사는 책임을 번번이 피해갔다. 혐의가 쌓이고 쌓여 대대적인 특검을 피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선 김 여사가 통일교, 서희건설 등으로부터 고가 금품을 받고 매관매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과 같은 등급의 비화폰을 쓰고, 고위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건 사실도 확인됐다. 그래 놓고 김 여사는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며 진실과 동떨어진 말을 했다.
김 여사의 구속은 그간의 거짓말과 증거인멸 시도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6200만 원짜리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에 대해 빌렸다고 했다가 모조품이었다는 식으로 말을 계속 바꿨다. 결국 서희건설 회장이 목걸이 제공 사실을 자수하고 진품까지 내놓으면서 거짓임이 들통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가 나오고 8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음에도 “손해만 봤는데 무슨 주가조작이냐”며 잡아뗐다고 한다.
김 여사는 기소된 직후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는 입장을 냈다. 구속 이후 5차례 특검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던 그의 태도가 재판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둘 다 구속돼 피고인석에 서는 건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겸허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참담해하는 국민 앞에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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