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델프트공대와 KLM이 연구 중인 미래 항공기 ‘플라잉(Flying) V’. KLM 유튜브 화면 캡처
이원주 산업1부 기자“비행기를 그려 보라”는 요청을 받으면 대부분 비슷한 그림을 내놓을 듯하다. 둥글고 긴 몸체 양쪽에 커다란 날개, 그리고 꼬리 쪽에 우뚝 솟은 수직꼬리날개 등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비행기’의 형태다.
하지만 미래의 비행기는 이런 모양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 항공기의 방향성이 탄소 배출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잡히면서 미래 항공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크게 뒤집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항공업계에서 예측하고 있다.
그중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최근 주목한 미래 항공기의 모양은 ‘동체가 없는’ 비행기다. 정확히는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합쳐진 전익기(全翼機·Flying Wing)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ICAO는 내다봤다.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와 KLM 항공사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 항공기의 모양은 V자 모양이라서 ‘플라잉(Flying) V’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말 날 수 있나 싶은 생김새지만 5% 크기의 축소 모형을 제작해 비행 실험까지 진행되고 있다.
무척 생소하다 싶은 형태지만, 사실 우리는 이런 형태의 비행기를 자주 접했다. 민간 여객기가 아닌 군용기에 많다. 올해 6월 미국이 기습적으로 이란 핵시설에 폭격을 가했던 ‘미드나이트 해머(한밤의 망치)’ 작전 당시 공습에 투입된 가오리 모양의 B-2 폭격기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B-2는 레이더를 피하기 위한 스텔스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모양이 됐고, ‘플라잉 V’는 효율성을 위해 이런 모양을 택했다는 점이 다르다.
장점은 명확하다. 기존 항공기보다 더 많이 태우고, 더 멀리 날 수 있어서 이런 모양이 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에어버스의 최신 대형 항공기 A350-1000 기종과 비교했을 때 똑같이 36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조건이라면 ‘플라잉 V’의 길이(전장)를 더 짧게 만들 수 있다. 통상 비행기의 날개폭이 같고 길이가 짧을 경우 효율성이 좋아져 항속거리가 늘어난다. 연구진은 “A350-1000이 4600km를 날 수 있는 조건에서 ‘플라잉 V’는 5500km를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태는 크게 바뀌었지만 이 비행기는 현재 운영 중인 주기장과 공항 건물 등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플라잉 V’가 실제로 만들어지면 날개폭(너비)은 65m, 길이 55m, 높이는 약 17m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의 대형기 777-300ER 항공기가 너비 65m, 길이 74m, 높이 약 18m로 비슷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조종하기가 어려워진다. 전통적인 비행기는 커다란 주 날개가 양력을 만들고 꼬리 쪽의 수직·수평 안정판이 비행기의 자세를 안정시키는데, ‘플라잉 V’에는 이런 기능을 담당할 부분 없이 주 날개에 달린 조종면이 모든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형태의 비행기에는 조종을 도와주는 제어 컴퓨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단계인 저속 비행에서의 불안정성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비행기가 착륙할 때 통상의 비행기는 기수를 5도 이상 들지 않아도 되는 반면 ‘플라잉 V’는 기수를 15도 가까이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양력을 얻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낮은 고도의 저속 비행 중 양력을 잃으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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