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3차 상법개정 예고… 경영권 방어장치 先보강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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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진행한 국가 투자설명회(IR)에서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기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못 하게 하는 3차 법률 개정,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라며 의지를 피력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 가치와 이익이 높아지고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여당은 주장한다. 또 일부 기업들이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위협만 상시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에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 사실상 자사주 보유·매각이 유일한 방패 역할을 한다. 2003년 소버린의 SK 공격, 2015년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서도 자사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미 1, 2차 상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까지 강제하는 건 국내 기업들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유상증자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자사주까지 막히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도 잃게 된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재무구조 개선,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비상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지만 해외 주요국 중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드물다. 소각을 강제하기에 앞서 취약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보강하는 게 먼저다. 소각하더라도 앞으로 신규 취득하는 자사주만 대상으로 하거나 일정 한도의 보유는 허용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자사주를 단기 주가 부양만을 위한 불쏘시개로 태워버려선 안 될 것이다.


#이재명#자사주 소각#경영권 방어#상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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