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거래했다고 신고했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가격 띄우기’ 의혹 사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2023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의 계약 후 해제 신고 중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425건이 대상이다. 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되면 수사를 의뢰하고, 필요하면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인위적 시세 조작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로 거래했다고 거짓 신고해도 실거래가 통계에 반영되고 인근 지역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게 된다. 시세를 오판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 그때서야 기존 거래를 취소하는 식이다. 계약만으로 실거래 신고가 이뤄지다 보니 ‘가짜 신고’를 조기에 걸러내기 힘든 구조다.
특히 요즘처럼 거래량이 적을 땐 고가 아파트의 비정상 거래 한두 건만으로도 실거래가 통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올해 상반기 계약 취소된 서울 아파트 거래 3건 중 1건(36.5%)이 계약 당시 역대 최고가 거래였고,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이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부동산 허위거래 신고는 시장 신뢰를 저하시키고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불법 행위지만 이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미약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는데, 예전엔 과태료만 부과하다가 2023년부터 형사처벌 조항이 생겼다. 하지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이라며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집값을 조작하는 데 따른 폐해도 이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공정한 시장 질서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선 어떤 대책을 내놔도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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