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는 법원 공격 당장 멈추고, 법원은 개혁 논의 적극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6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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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논의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생산적 논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여당은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 제도 변경 등 사법부의 틀을 바꾸는 중대한 의제를 논의하면서도 법원의 참여를 사실상 배제했다. 대법원이 12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개최해 “폭넓은 논의와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민주당은 15일 정청래 대표가 조 대법원장 책임론을 거론한 데 이어 16일에도 “윤석열과 조희대는 한통속”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런 모습은 사법부 다수 구성원의 반발을 부르고 국가적 갈등을 조장해 개혁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공세는 강성 지지층을 만족시킬 순 있어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는 불안감을 안길 뿐이다.

대통령실은 16일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제는 민주당도 사법부를 향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더 이상의 사법부 때리기는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만 부를 뿐이다. 여당이 먼저 나서서 사법부가 사법개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사법부도 “숙의와 공론화”만 외쳐선 안 된다.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사법개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법관 증원만 해도 18대 국회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대법관 1명이 연평균 3000건 이상을 처리하다 보니 상고심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한 사건이 7년씩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관 증원에 대한 대법원의 반응은 “숙고가 필요하다”는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니 국회에서 “매번 똑같은 얘기만 되뇌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내란재판부 문제 역시 법원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하면서 의견을 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확립된 관행을 뒤집어 가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던 재판부가 계속 재판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재판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여당은 주장한다. 사법부가 내란재판부의 위헌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더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집중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집중 심리도 못 할 이유가 없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주 4회 공판이 있었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뇌물 사건 때도 주 3회 공판을 열었다. 이제는 여당도 사법부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생산적인 토론에 나서야 할 때다.


#사법개혁#대법원장#조희대#대법관 증원#법관 평가#사법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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