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법개혁 필요, 법원이 조치 내놔야” 압박 수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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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특별한 존재 착각 말아야, 권력 원천은 국민” 사법부 비판
“시험 봤든 임명이든 국민이 위임”
총리 “법관 자세 못지키면 자격 없어”
국민의힘, 21일 대구서 장외투쟁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시험을 봤든, 선거를 통해 표를 얻었든 (권력을) 잠시 위탁받아 대리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마치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삼권 분립에 따른 독립적 지위를 내세운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사법개혁 취지에 공감하는 입장”이라며 “사법부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한과 업무는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며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시험을 봤든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이든 그 권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행정, 입법, 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사법개혁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의 일련의 판결 및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실도 동의하고 있다. 이는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권 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얘기하는데, 그 독립이 국민으로부터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사법부도) 국민의 요구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16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법관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키지 못하면 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전날 “대법원장과 사법부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점에 실망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수위를 높인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희대는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이라고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2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충돌한 2020년 1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조희대 사법부 압박]
“조희대 거취 논의 안해”라면서도… “개혁 주체는 국회” 與에 힘 실어줘
與 “曺, 한덕수에 이재명 사건 언급”… 金총리 “진위 정확히 밝혀져야”
與, 대법관 증원안 내주 확정할 듯

입 굳게 다문 조희대 대법원장 여권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정치권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입 굳게 다문 조희대 대법원장 여권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정치권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통령실은 16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요구가 분출되는 것과 관련해 “취지에 동의한다”며 “‘사법개혁이 필요하고, 법원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으라’는 요청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고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당내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사법개혁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정대 간 이견이 발생했던 검찰개혁 의제와 달리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 대통령실 “尹 재판 지연 우려 잘 알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은 검찰개혁 사안을 일정하게 정리한 이후 사법개혁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된다든가 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의 주범인데 거리를 활보한다든가 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점들에 대해서 사법부의 대응이 과연 적절했느냐에 대한 국민 우려도 저희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사법개혁 논의 주체에 대해서는 “국회가 논의하면 되는 일”이라고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는 사법개혁 필요성에 대해 힘을 싣고 나섰다.

다만 대통령실은 사법개혁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법원조직법 등 사법개혁 법안을 신중히 숙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대통령이 법원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그 주문은 이미 당에 했다”고 했다.

● 與 “조희대-한덕수 만나” 주장

대통령실이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나서자 민주당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사퇴 및 대법관 증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3일 후인 4월 7일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충식 씨가 오찬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공개하며 “이 모임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사법부 독립, 재판 공정성 훼손을 넘어서 한덕수에게 정권을 이양할 목적으로 (대법원장이)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사실이라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상처를 주는 내용”이라며 “진위가 정확히 밝혀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는 이르면 다음 주 기존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초 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한 30명 증원안보다 4명 줄어든 규모다. 사개특위는 몇 년에 걸쳐 인원 증원을 마칠지 등 세부 쟁점을 두고 최종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확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신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입법 후 재판부 변경 과정에서 1심 법원이 12월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한 내란 재판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것.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당론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며 “(법사위) 소위 논의도 해야 하고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25일 전에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사법개혁#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검찰개혁#사법부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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