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브로맨스’가 1년여 만에 갑작스러운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두 사람이 5일(현지 시간) 인신 공격을 불사한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것.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소유 기업들에 대한 정부 계약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두 사람의 싸움이 정점으로 치달으며 이날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520억 달러(약 206조 원)나 증발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작정한 듯 머스크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에 담긴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내용 때문에 “화가 났다”며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머스크그러자 머스크는 즉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그 대신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도 내쳐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 새로운 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머스크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승리했을 거라고 주장했는데, 머스크는 이에 발끈했다. 그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며 “이토록 배은망덕할 수 있나”라고 직격했다.
머스크의 반응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잇따라 글을 남기며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머스크)는 그저 미쳐 버렸다!”며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스크와 관련된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머스크는 곧바로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을 즉각 철수하겠다고 맞섰다. 다만, 이 발언은 몇 시간 후 철회했다.
머스크는 다른 X 글에선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수감됐다가 감옥에서 숨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됐다는 주장을 편 것.
두 사람의 파국적 결별이 트럼프 지지층의 내부 분열을 부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구축하고 머스크가 후원해온 ‘마가(MAGA)’ 진영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소유 기업들과 맺은 정부 계약을 파기한다면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실전 배치의 상당 부분을 스페이스X가 맡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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