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헤그세스 美국방장관 내달 한국 방문 조율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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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장관급 인사 최초 방한
조선업체 방문해 군함 건조 역량 점검할 듯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 달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가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국내 유력 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 측은 한미 연합연습인 ‘프리덤 실드’가 끝난 뒤인 다음 달 말경 방한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안보부처 장관이 동맹국을 순방하는데, 그 일환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약 2주 만에 방한했다. 당시 미 국방장관으로는 20년 만에 한국을 첫 순방국으로 택하며 핵지휘통제기 ‘둠스데이(Doomsday·심판의 날) 항공기’를 타고 방한했던 매티스 장관은 “북한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 대응” 등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방한에 앞서 국내 조선업체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가운데 한국의 해군 군함 건조 역량 등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상원은 이달 초 해군 군함을 미국 외 한국 등 동맹국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한 바 있다.

‘美우선주의 전사’ 헤그세스, K방산 진출 길 열고… 방위비 인상 압박 우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가운데)이 26일(현지 시각) 미 해군 토마스 허드너함(DDG-116)에 탑승해 승조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미 양측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다음 달 말을 전후해 방한하는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X(엑스·옛 트위터)
한미 정부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선업 등 한미 군사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해군 함정을 다량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헤그세스 장관의 방한이 K방산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 해군 함정 건조 분야에 진출할 길을 열어 줄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로 헤그세스 장관은 11일 첫 순방지인 독일에서도 “미국의 초점은 조선 역량”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무장한 대표적인 충성파로 꼽히는 헤그세스 장관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하고 유럽 등 동맹 압박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새 청구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미군의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맹국의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등 이른바 ‘동맹기여’와 해외 주둔 미군의 필요성 등을 평가해 해외 전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

실제로 헤그세스 장관은 11일 독일의 미군 유럽아프리카 사령부를 찾아 “나토 국가들의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에 근접했지만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나도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내놓을 메시지도 관심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지난달 인사 청문회를 위해 제출한 서면 답변에선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현실화된 북핵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대폭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방부 장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 등 군 리더십 공백으로 한미 조선협력은 물론이고 트럼프 2기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미국 조선업 분야에 한국이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헤그세스 장관 방한 시 조선업 협력 방안이 일부나마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사 불확실성 해소로 국방 분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헤그세스 장관 방한 시 기회는 제대로 활용하고 압박엔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미국 국방장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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