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1]
계엄후 임명-임명대기 54명 대상… 尹임명 국힘 출신 21명도 사퇴유도
고발-감사청구 등 모든 수단 검토… 블랙리스트 갈등 되풀이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은 한 번도 지지하는 정당을 바꿔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는 머슴들, 정치하는 일꾼들이 어쩌면 누가 주인인지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뉴스1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이 약 656조 원인데, 공공기관 예산은 약 918조 원에 달한다. 정권이 바뀌는데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가 그대로 남아 일하는 것은 결국 수백조 원짜리 예산 낭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공공기관 내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 문제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이후 임명됐거나 임명 대기 중인 54명의 공공기관장을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정권 교체 시 즉시 ‘추려내기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동안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소속 전직 의원 21명에 대해서도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헌법소원부터 감사원 감사 청구 및 상설특검 도입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 ‘알박기 인사’ 겨냥 특검·감사원 감사
민주당은 당내 ‘내란 은폐·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악용한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특위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나온 공공기관장 및 임원 공고만 해도 153건에 달한다”며 “제보를 토대로 고발 대상을 추리는 중”이라고 했다. 특위는 이들 일부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청구 및 고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상설특검 수사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장경태 의원은 ‘낙하산’ 의혹이 있는 공공기관 임원의 임명 과정을 조사하는 상설특검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당내 강경파 일각에선 “선출된 권력이 파면된 이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은 주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공공기관장 임명 권한을 분산시키는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장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경우 공공기관 임원 임명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양부남 의원은 공공기관장 임명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형배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주무기관 장에게 분산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에 의해 대통령이 파면된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공공기관장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현재 공공기관장을 맡고 있는 21명의 국민의힘 출신 전직 국회의원들 역시 정권 교체 즉시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용기 사장, 한국언론진흥재단 김효재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 한국남동발전 강기윤 사장 등을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들의 임기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6개월 이상 남은 상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 공공기관 임원을 무리하게 물갈이하려다 유죄 판결을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정치 보복이라는 보수 진영의 반발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이들을 임의로 내보내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 직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운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이들이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결국 정권 초부터 공운법 개정과 감사원 감사, 각종 수사 등을 밀어붙여 전임 정부가 알박기한 인사들이 못 버티고 알아서 나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최종적으로는 여야가 합의해서 대통령 임기와 맞춰야 하겠지만 그 전에는 대대적인 조사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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