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김문수, 전광훈 등 모아 잡탕밥 만들어” 국힘 ‘이준석 사표론’ 부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7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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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2025.5.19/뉴스1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단일화 불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를 향해 “전광훈 목사를 풀어달라고 눈물 흘리는 영상이 돌아다니는 것 외에 김 후보가 보여준 국가 경영의 비전은 무엇이냐”고 했다. ‘단일화 데드라인’ 직전 김 후보의 과거 행적을 정조준하면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 국민의힘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9일 오전 6시를 최종 단일화 시한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 협상을 촉구하던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단일화가 없더라도 3자 구도에서 김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김 후보로의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李 “金, 반탄핵·부정선거론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5.27. [서울=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5.27. [서울=뉴시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소통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에 대해 “윤석열(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냈으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있던 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계엄에 반대한 유권자는 절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서 김 후보로 이전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용기 있는 판단을 못 한 책임은 김 후보가 져야 한다”며 김 후보 사퇴를 압박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김 후보가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공동정부 구성·운영 등에 합의한 데 대해 “김문수-이낙연 공동정부라는 해괴한 개념으로는 중도보수 진영의 가치를 담아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전이 없어서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반이재명’이라는 기치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을 이낙연, 전광훈과 같은 이상한 재료들을 모아다 잡탕밥을 만드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해 총선 때 이 상임고문의 새로운미래와 통합을 선언했다가 11일 만에 결별했다. 이에 따라 단일화 명분을 둘러싼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간 충돌이 더 증폭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의힘 ‘3자구도 필승론’…‘준찍명’ 공세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관련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과거 행위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5.05.21. [서울=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관련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과거 행위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5.05.21. [서울=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3자 구도 필승론을 꺼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이 개인 정치인의 일화를 말씀하면서 단일화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면 그 뜻도 존중하겠다”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은 3자 구도”라며 “김 후보는 중도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하여 이재명 총통 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덧붙였다.

이준석 후보를 향해 40대 총리, 당정 분리 등을 꺼내며 ‘단일화 러브콜’을 이어갔던 국민의힘이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지자 3자 구도 필승론을 꺼내들고 이준석 후보 ‘고사 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이준석 사표(死票)론’을 부각하는 “‘준찍명’(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이재명 후보가 이긴다) 캠페인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과거 단일화 사례를 고려해도 전격 합의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이 나온다. 1997년 대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2012년 문재인-안철수, 2022년 윤석열-안철수 등 역대 대선의 네 차례 단일화는 일찌감치 상대 당 집권 저지 등 단일화 명분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방식과 내용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대선이 임박해질수록 김 후보의 탄핵과 계엄 입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단일화 명분에 대한 합의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후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게 있는데 갑자기 단일화를 한다면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에선 사전투표가 시작할 때까지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3차 TV토론 직후 회동해 사전투표 전날 새벽 단일화 합의를 끌어냈다. 하지만 당시엔 수일전부터 양측 핵심 관계자들이 물밑 회동 등으로 단일화 논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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