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에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왼쪽), 주일대사에 내정된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동아일보 DB
이재명 정부의 첫 주미 대사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70·여), 주일 대사에는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67)가 내정됐다. 주유엔 대사에는 노규덕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2)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첫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석이었던 주미·주일 대사 인선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외교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강 전 장관과 이 전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 동의)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 정부에서 아그레망을 받으면 이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 현지에 부임할 수 있으며 이어 파견국 정상의 신임장 절차를 거쳐 대사로 정식 부임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 참석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중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여간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외교부 특채 출신으로 외교부 국장을 지냈고 유엔에서 코피 아난·반기문·안토니우 구테흐스 등 사무총장에게 중용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지내고 있는 강 전 장관은 정식 임명되면 한국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에 이어 첫 여성 주미 대사가 된다.
이 전 대사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무고시 동기(13회)로 1980년 외교부에 입부해 주일본 공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주필리핀 대사, 주베트남 대사를 거쳐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거쳤다. 노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으며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이 대통령은 23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일 셔틀외교를 재개할 예정이다. 또 25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초대 주미대사에 강 전 장관을 내정한 것을 두고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직접 상대한 경험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일 대사에 내정된 이 전 대사 역시 대표적인 ‘일본통’ 외교관으로 꼽힌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미국·일본과의 외교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대선 캠프 출신 등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인물 대신 경험을 갖춘 외교관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돼 4년간 내리 집권 1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했다. 강 전 장관은 재임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으며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비핵화 협상에 관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역관을 지내 영어실력이 출중한데다 퇴임 후에도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아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인맥을 두텁게 관리해 왔다는 점도 주미대사 발탁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사는 대(對) 일본 업무와 아세안 국가들 업무에도 두루 익숙한 ‘아시아통’이다. 한일미래포럼 대표로 일본 정·관계와 상시 소통해 왔고, 지난달 도쿄 포럼에서 ‘셔틀외교 2.0’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도 막역한 외무고시 동기로 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한일 관계 협력 강화 기조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후보자가 정식 임명되면 다음달 워싱턴과 도쿄에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열흘 내에도 아그레망이 나온 바 있지만 통상 아그레망을 받는데 4주 안팎이 소요된다.
이번 인사로 주요국 대사 공백도 순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 조현동 주미대사, 박철희 주일대사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전임 특임 대사 30여 명에게 ‘2주 내 귀국’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 대사는 지난달 12일 워싱턴을 떠났고, 박 대사는 같은달 14일 도쿄에서 귀국하면서 두 공관 모두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주중대사와 주러 대사, 주유엔대사는 아직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정치인이나 중량급 인사, 경력외교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