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표 처벌법’ 1년, 온라인 신고 4만여건에 검거는 고작 4건[국감25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5일 19시 08분


코멘트
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만원 관중 속에 펼쳐지고 있다. LG의 이번 시즌 18번째 홈 경기 매진이다. 2025.05.29 뉴시스

사상 최초로 한 시즌 누적 관중 1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프로야구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다음달 초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열기는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며 정상적인 경로로 입장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습니다. 수많은 스포츠 팬들이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암표 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 법에 따른 암표상 적발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제6조 2항에 따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입장권, 관람권 등을 부정 판매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런데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7일 이후 현재까지 이 법을 적용해 암표상을 검거한 사례는 3월 1건(3명), 7월 3건(3명) 등 단 4건(6명)에 불과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온라인 암표 신고 접수 현황. 진종오 의원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온라인 암표 신고 접수 현황. 진종오 의원실 제공

한국프로야구가 단일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작성했다. 대구에는 2만4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차며 삼성은 시즌 47번째 홈 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인천에는 2만1529명이, 창원에는 6590명의 관객이 찾았다. 이에 이날 경기 전까지 1084만9054명을 기록했던 올 시즌 총관객 수는 지난해 1088만7705명을 뛰어 넘는 1090만1173명을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025.09.05 대구=뉴시스

암표 거래가 없어서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암표 통합 신고 누리집(www.culture.go.kr/singo)’으로 접수된 스포츠 암표 신고 건수는 4만6657건에 이릅니다. 특히 202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벌어진 지난해 10월엔 한 달 동안 무려 1만4544건의 신고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검거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암표상이 매크로를 활용해 표를 구매한 뒤 판매한 사실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개인 간 거래여서 상황을 깊이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해도 판매자가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진 의원은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공정한 관람 문화를 만들기 위한 ‘암표 처벌법’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현장 단속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법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2024.10.22 뉴스1

온라인 암표 신고 사례 중 98%(4만6657건 중 4만5872건)가 프로야구 티켓 관련이었던 만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란 지적입니다. KBO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포스트시즌 대비 암표 근절 대책을 묻는 진 의원 질의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상 불법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야구팬들 사이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답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진 의원은 “특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부와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문체부와 경찰청, KBO가 책임 있는 협조 체계를 구축해 실효성 있는 단속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