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율 내렸을 때 사 놓자”… 달러 환전-예금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일 00시 30분


외환당국 시장 개입에 환율 하락
‘여행 카드’ 환전액 6배가량 늘고
달러 예금 1개월 전보다 12.5%↑
수출입銀, 올 전망치 1400원 제시

3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표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마지막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말 종가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뉴스1
3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표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마지막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말 종가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뉴스1
#. 직장인 최은수 씨(39)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금융 앱으로 달러를 사 모았다. 1500원까지 갈 줄 알았던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떨어지면서 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 씨는 “2026년에도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것 같아 향후 여행 자금 겸 투자 용도로 샀다”고 전했다.

외환 당국의 연말 환율시장 개입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달러를 이른바 ‘줍줍’(쌀 때 사 모은다는 뜻)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하루 환전 금액이 평시 대비 6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현재 환율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달러 사자’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하나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여행 카드(1000만 명) ‘트래블로그’의 지난해 12월 24일 환전액은 89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2월(1∼28일) 하루 평균 14억8900만 원의 6배 수준이다. 24일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 대비 33.8원 내린 1449.8원으로 마감한 날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해 29일에는 1429.80원으로 마감했다.

환전액은 25일에도 39억4900만 원, 26일 43억5400만 원으로 평소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어졌다. 이후 27일 15억1100만 원, 28일 12억4700만 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24일 환전액은 6배로 늘어났지만, 실제 이용액은 10억2700만 원으로 12월 하루 평균(8억4300만 원) 대비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트래블로그는 하루 최대 300만 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당장 쓸 돈이 아닌 달러를 통장에 쟁여놓은 셈이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거나 고민 중인 이용자들이 당시 환율이 싸다고 생각해 급하게 환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빠지면서 한국에 있는 이용자는 향후 여행이나 투자 목적으로, 해외에 있는 이용자는 현지 실사용 목적으로 발 빠르게 환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달러 예금도 678억2400만 달러(지난해 12월 30일 기준)로 1개월 전보다 12.5%(75억1100만 달러)가량 급증했다. 12월 28일은 하루에만 28억 달러 증가하는 등 이달 들어 가장 많이 늘었다. 12월 하루 평균(2억5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한편 스탠다드차타드(SC),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12곳은 올 1년간 평균 원-달러 환율을 1424원으로 전망했다. 전망치 분포는 노무라 1380원부터 바클리캐피털 1490원까지 다양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400원으로 제시했다. 수은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위축과 미국산 에너지 추가 수입에 따른 단가·운송비 상승, 현지 투자 의무 이행 등 부담으로 원화 가치 상승 폭은 제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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