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우리 해역에서 단속된 중국 불법 어선이 1300척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단속에 나선 해경 4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관련 논의를 주로 다루는 외교 회의체는 2021년 화상회의를 끝으로 ‘중국 측의 소극적 태도’를 이유로 중단된 상태로 파악됐다. 야당에서는 “국민의 바다와 국가 주권이 매년 침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4년 제주 차귀도 서쪽 135㎞ 해상에서 무허가 중국어선들의 범장망 어구를 철거하는 작업이 하는 모습. 뉴스1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우리 해역에서 단속된 중국 불법 어선은 총 13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해경 47명이 부상을 입었고,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도 18건 발생했다. 2016년 인천 소청도 남서방 40해리 해상에서 불법조업 혐의로 한 중국 어선을 나포 중, 인근에 있던 다른 중국 어선이 나포에 저항하며 단속 중인 고속단정을 고의 충돌하여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이 대표적인 공무집행방해 사례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불법 어선에 부과된 담보금은 약 1124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UN해양법협약 등 현 제도상 중국 어선은 담보금을 납부하면 선박을 돌려받을 수 있어 언제든 다시 조업에 나설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게 송 의원실의 지적이다.
또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거 조치된 중국 어선은 4만3000여 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2017년부터 중국 어선만을 대상으로 퇴거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심각하지만 외교부는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핵심 외교 채널을 몇 년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송 의원실의 지적이다. 외교부가 송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불법어선 문제를 다루기 위해 양국이 운영해온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는 2021년 9월 제16차 화상회의를 끝으로 지금까지 4년째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는 양국 외교부 및 어업 관련 기관이 함께 참석하는 어업 관련 실무협의체(부국장급)로 2012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외교부는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 개최를 주목적으로 하는 예산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총 약 10억 원을 배정받았으나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집행률이 저조한 상태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6300만 원 중 600만 원을, 2023년에는 8800만 원 중 1400만 원, 2024년에는 8800만 원 중 1200만 원만 집행됐다. 외교부는 송 의원실에 “중국이 소극적 태도로 (회의가) 미개최 중”이라며 “이에 따라 예산 집행률도 저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 한중 해양협력대화, 한중 해양 문제 부국장 회의, 한중 영사국장회의를 포함하여, 각급에서 외교채널을 통해 중측에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관리·단속 강화를 지속 촉구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 원내대표는 “10년간 1300척 불법어선, 해경 47명 부상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외교부가 내놓은 답은 ‘중국이 소극적이라 못 했다’는 무책임뿐이었다”며 “이는 직무유기를 넘어 국민과 국가 주권을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즉각 협의체를 재개하고, 우리 국민과 어민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외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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