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보진료 0건’ 동네의원 2304곳… 미용-성형시술만 한듯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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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기피속 3년새 50% 증가
“미용-성형 쏠림 심각, 대안 마련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이른바 ‘동네 병원’으로 불리는 1차 의료기관(의원) 중 올해 들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의원이 2304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질병 치료와 무관한 미용·성형 시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운영 중인 의원 가운데 건강보험 청구 실적이 ‘0건’인 곳은 2304곳이었다. 2022년 1540곳이었는데 3년 새 50%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일반의원에서 감기약을 처방하거나, 성형외과에서 상처를 꿰매는 등 기본적인 질병 진료 행위를 하면 환자로부터 진료비의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지급받는다.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전무한 곳은 동네 병원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기본적인 환자 진료를 하지 않은 곳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원(749곳)과 일반의원(1373곳) 중에서 건강보험 실적이 없는 곳이 많았다. 특히 미용·성형 전문 의원이 밀집해 있는 곳일수록 건강보험 청구 실적이 없는 의원 비율이 높았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성형외과의 79%(452곳 중 358곳), 일반의원의 42%(741곳 중 311곳)에서 건강보험 청구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의료계에선 이들 대부분이 필러, 리프팅 등 ‘쁘띠 성형’이나 피부미용 시술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일 것으로 본다. 실제 기자가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안내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일반의원에 전화해 “두드러기 진료가 가능한가”라고 묻자 “제모 시술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피부미용 전문 의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최신 유행하는 미용 시술을 위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한 뒤 ‘박리다매’식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외과나 내과 전문의 타이틀을 걸고도 미용 시술만 전문으로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백 의원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의사들의 미용·성형 분야 ‘쏠림’ 현상도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으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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