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3개월]
3·1절 집회서 선동정치 나선 與野
“좌파 강점기 들어서, 탄핵 기각을”… 與, 보수 집결 촉구하며 헌재 압박
野, 與겨냥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 황운하 “지X발광”, 주최측 사과 요구
‘尹탄핵 찬반’ 쪼개진 3·1절 106번째 3·1절인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왼쪽 사진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야5당 공동 탄핵 찬성 집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1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 모습이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총 11만8200명이, 경복궁 앞과 헌법재판소 인근의 탄핵 찬성 집회엔 3만 명이 모였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헌법재판소는 온갖 절차를 무시하다가 일제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윤석열(대통령)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지X 발광’을 하고 있다.”(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여야 의원들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3·1절을 맞아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찬성 집회에 참여해 헌재 심판에 대한 불복을 선동하고 분열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갈등을 풀고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나와 세몰이에 나서면서 선동 정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헌재 등 향해 ‘척결’ ‘쳐부수자’ 겁박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39명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헌재에 대한 집중 공격에 나섰다. 서천호 의원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이 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헌재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심판(헌재)이 한쪽 선수와 짜고 힌트를 주고, 희한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벌인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와 선관위, 헌재에 대한 위협 발언으로 폭력을 선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이 ‘반(反)국가 세력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나 의원은 여의도 집회에서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붕괴를 꿈꾸는 좌파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주사파 카르텔과 같이 3대 검은 카르텔 세력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 野 “윤석열은 ‘망상 장애’ 괴물”
더불어민주당은 서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등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극우 집회에 참석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이 참석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집회에서도 막말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저는 아마도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연평도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연평도를 치안·안보 사각지역으로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측이 광화문에서 연 집회에서 ‘지X 발광’ ‘망상 장애’ 등 비하 표현을 사용해 주최 측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우리는 윤석열이라는 ‘망상 장애’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2일 오후 “조금이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신 분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시민들은 피로감 호소
여야 정치인들이 극단적 대립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 갈등이 일상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모 씨(30)는 “탄핵 찬성, 반대 시위를 다 봤는데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찢어 죽이자’ ‘헌재 없애자’ 등 혐오주의적이고 법을 흔드는 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갈등의 고착화’를 우려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이 최근 10년 새 가장 높고, 이는 전 세계 1등인 수치”라고 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시민의 정치 갈등은 일상이 힘들어질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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