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9 국힘 후보 김문수]
단일화 기대감, 한동훈에 크게 앞서… 당내 “尹 수렁 빠져나오기 어려워”
金 “좌우 넘어 노사 남녀 빈부 통합”… 계엄 사과 즉답 피해 중도확장 숙제
두 팔 번쩍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가 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은 한동훈 전 대표. 고양=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한동훈 전 대표를 최종 경선에서 큰 격차로 따돌리고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건 반탄(탄핵 반대) 진영이 우위인 당내 구도와 ‘한덕수 단일화’를 선제적으로 띄운 전략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사과를 거부하고 경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역시 친윤(친윤석열)계 지지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큰 격차로 경선에서 승리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
하지만 경선 승리 전략이 본선에선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모두 친윤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중도 외연 확장 등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당내에선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 선출을 두고 “최종 경선에서 이변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당내 평가다. 김 후보는 한 전 대표를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앞섰다. 총 76만4853명 중 40만2481명이 참여한 당원 투표에서 김 후보는 61.25%(24만6519표)의 득표율을 얻어 한 전 대표(38.75%·15만5961표)를 22.5%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사실상 당원 투표에서 이미 승부가 갈린 것.
한 전 대표 측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도 51.8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한 전 대표(48.19%)를 3.62%포인트 차로 이겼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투표할 수 있게 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2차 경선을 전후해 시중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며 위기를 맞았다는 정치권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가 경선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김덕수’(김문수와 한덕수를 더한 조어)를 경선 캠페인 전면에 내세운 김 후보에게 결국 당심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을 위해선 범보수 후보들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표심이 작동했다는 얘기다.
김 후보는 4일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치적으로, 사회 통합도 반드시 좌우를 넘어서 노사 남녀 빈부 모든 것을 통합해 ‘대한민국에서도 전부 가능하다’는 기적을 만들겠다”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 나가는 큰 사명과 임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첫 지방 일정으로 경기 포천시 신북면 한센인마을인 장자마을을 택했다. 김 후보가 민선 5·6기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수시로 찾았던 곳이다. 김 후보는 “가장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 따뜻한 보살핌을 하는 게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중도 외연 확장 숙제
반탄 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대선 후보가 된 김 후보는 결국 중도층 외연 확장을 큰 숙제로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제명, 출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윤 전 대통령님을 출당한다든지 이런 거는 생각해 본 적은 아직 없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본 적 없다”고 했다. 출당과 제명 문제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이다.
당내에선 김 후보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 달라. 이재명을 막을 첫 번째 명분인 계엄과 탄핵의 강을 넘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하게 같이 의견을 모으겠다”며 역시 답을 피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저의 출마)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하며 일각의 ‘윤 전 대통령 교감설’을 부인했다.
김 후보는 일단 민주당 이 후보를 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이 민주적이고 위대한 나라를 히틀러, 김정은, 스탈린, 시진핑의 나라보다 더 못한 나라로 끌고 가려고 한다.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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