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와 단일화” “알량한 후보, 한심”… 김문수-쌍권도 거친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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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25]
金,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열어… “후보 끌어내리려는 작업 손 떼라”
지도부, 비대위서 “이재명式” 비난… 당내 “시너지는커녕 당 존립 위태”

“유령과 허깨비를 보고 단일화하라는 게 정당민주주의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알량한 후보 자리 지키려는 모습 정말 한심하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유령 허깨비와 단일화하겠다고 이야기하신 분이 김 후보.”(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21대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6·3대선을 25일 앞둔 8일 서로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부었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동의 없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강행하자 단일화 주도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막말 충돌로 비화된 것. 당내에선 “1976년 신민당 각목 전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 최악의 자해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당 지도부 “알량” “이재명식” 맹공

이날 국민의힘 김 후보는 오전 8시 50분에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란 미명으로 정당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지도부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10분 뒤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 지지율이 한(덕수) 전 총리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덕수 후보가 나왔겠냐”고 맞받았다. 권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1일까지 안 하면 후보를 포기하겠다는 사람과 11일부터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이재명식’”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려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총리를 향해선 “꽃가마를 태워주면 입당하고, 아니면 입당도 후보등록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정체가 무엇이냐”, “(한 전 총리가) 동네 구의원 선거라도 한 번 해봤냐”라고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는 권 원내대표와 당 상임고문을 향해 “이재명이랑 싸우는 단식을 해야지 나랑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시각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중이던 한 전 총리는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 “당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

충돌이 선을 넘는 막말 비난전으로 비화하면서 당 일각에선 “단일화 시너지는커녕 당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 후보를 정하더라도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면서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가진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갈등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가 지난달 초 국민의힘에 복당해 당 장악력이 떨어지고 한 전 총리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양 진영에 참여한 전현직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제각각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측에 서면서 단일화 협상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대선 후보#단일화#당 지도부#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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