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金 후보 박탈-韓 등록 ‘날치기’… 23시간17분만에 실패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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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22]
국힘, 0시 비대위 소집… 金 자격 취소
韓, 3시20분 입당 뒤 유일 후보 등록… 10시 全당원 후보 교체 설문 조사
‘반대’ 과반에 23시17분 金 자격 복원… “北도 안 이래” “계엄 같다” 비난 폭주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도한 전례 없는 대선 후보 ‘날치기’ 강제 교체 시도는 10일 0시에 시작돼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23시간 17분 만에 막을 내렸다. 당 지도부는 김문수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 박탈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후보 교체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9일 오후 법원이 김 후보 측이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직후였다.

단일화 협상 결렬 뒤 설명 중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 오른쪽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인 손영택 전 총리 비서실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단일화 협상 결렬 뒤 설명 중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 오른쪽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인 손영택 전 총리 비서실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당 지도부는 10일 0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 뒤 오전 3시부터 대통령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유일한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후 9시까지 계속된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오후 11시 17분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이 복원됐다. 당 지도부가 약 3주간 치른 대선 경선을 뒤집고 꼼수를 동원해 강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5·16 쿠데타급” “12·3 비상계엄과 흡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날치기 후보 교체 시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 대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 대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당 지도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 당헌 74조 2항의 대선 후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공고된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취소 공고문과 한덕수 전 총리 대선 후보 등록 공고문. 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2시 30분 당 홈페이지에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게시했고 오전 3∼4시 단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오전 3시 20분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원이 된 한 전 총리 측은 곧바로 국회 본청에 후보 등록 서류를 냈다. 대선 후보로 등록한 것은 한 전 총리가 유일했지만 당 비대위는 오전 4시 40분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김문수 대선 후보 자격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입당 및 대선 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김문수 대선 후보 자격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입당 및 대선 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변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전화(ARS)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찬성이 과반이면 11일 열릴 전국위원회를 통해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하기 위해서였다.

대선 후보 자격이 박탈된 김 후보는 낮 12시 반 서울남부지법에 당의 후보 취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문수 대선 후보 측이 10일 서울남부지법에 ‘대통령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 제공
김문수 대선 후보 측이 10일 서울남부지법에 ‘대통령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 제공
당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과정을 둘러싼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중재를 제안하면서 당원 투표 종료를 2시간 앞둔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는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측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9일에 이어 여론조사 방식에서 또다시 대립하면서 40여 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 당내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 “비상계엄과 같아”

강제 후보 교체의 9분 능선을 넘어선 오후 11시경 당 지도부는 비대위를 열어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단일화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던 당원들은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엔 과반이 반대표를 던졌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시도를 두고 “반민주적 폭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날치기 단독 입후보”라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새벽 기습작전을 방불케 한다. 당 지도부의 만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비상대책위원회#대선 후보#강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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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5-12 05:06:09

    이번 친윤세력의 후보교체공작 쿠데타를 막은 사람은 한동훈이다... 새벽3시에 김문수를 내쫓고 한덕수만 단독으로 후보선정한 불법쿠데타를 그날 당원투표시에 한동훈이 '북한도 그런짓을 안한다.. 이건 불법행위이고 친윤들은 물러나야한다.'라는 강력한 성명발표로 당원들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덕수로 단일화하자는 공작이 한동훈의 반대발언으로 당원들을 돌변하게했다. 계엄때도 한동훈의 반대로 불발됐고, 이번 친윤쿠데타도 한동훈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로써 한동훈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번대선은 중도층이 결정한다.. 극우세력으로는 필패한다.

  • 2025-05-12 06:17:09

    배부른 간신박쥐들의 해프닝.... 저런놈들이 진짜 배신자들이다..

  • 2025-05-12 06:54:46

    윤석열과 친윤넘들 작당질로 미꾸라지 한덕수는 막았다만 경쟁력 가진 한동훈 대신 김문수를 세웠으니 대선 물건너 갔다. 계엄으로 생긴 빈자리 그 계엄 옹호한 후보가 될 턱이나 있나. 국힘당 친윤 분탕질로 중도들 그 더러운 꼬라지 몸서리 치고 다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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