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 대선 패배에도 당권잡기 갈등
친윤 “새 원내대표에 수습 맡겨야”
친한 “심기일전할 전당대회 개최를”
홍준표 “병든 숲은 불태워야”
침묵에 빠진 국힘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자리에 앉아 침통한 표정으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에게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선 6·3 대선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과반의 득표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자 탄식조차 없이 적막만 맴돌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얼굴을 감싸 쥐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숨을 내뱉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 지도부 대부분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줄줄이 자리를 떴다. 당초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골든 크로스’는 없었다. 한 의원은 자리를 뜨며 “어떻게 이렇게 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6·3 대선 패배로 3년 만에 다시 야당이 됐다. 당장 대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당의 체질을 총체적으로 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당이 존립 위기까지 내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107석 소수 야당으로서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모두 가진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계파 갈등의 전운은 더욱 고조되는 등 국민의힘이 복합 위기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대선 패배에 위기 고조
국민의힘의 이번 패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파면이라는 초대형 악재뿐 아니라 대선 과정 내내 계엄과 탄핵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았던 당 주류의 행보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과정 내내 불거진 반탄(탄핵 반대)파 찬탄(탄핵 찬성)파의 대립 속 계파 간 갈등은 여과 없이 노출됐고, 당 지도부의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까지 겹쳐 민심이 국민의힘을 더 이상 수권 정당으로 바라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대패한 이후 이번 대선에서도 지면서 국민의힘은 당의 존립 기반마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당을 탈당한 홍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해체되도록 방치하고 새롭게 다시 판을 짜야 했는데 기껏 살려 놓으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3년간 분탕질만 치다가 또다시 이 꼴이 됐다”고 혹평했다.
● 보수 진영 재편 주도권 다툼 본격화
일단 당 수습은 새 원내지도부 선출 여부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면 의원들도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눠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내 주류에선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중진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돼 당 수습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누가 원내대표가 될지가 대선 패배 수습과 당 쇄신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할지, 전당대회를 통한 새 당 대표 체제에서 할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당 주류에서는 이달 30일까지인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과 새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된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런 때일수록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친한계 내부에선 대선 패배 후 비상 의총이 소집될 경우 전당대회 개최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당대회를 열 경우 당 주류에선 권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의원 등이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결국 당내에선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당 운영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내홍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년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갈등의 불씨로 계속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든, 전당대회를 통한 당 지도부든 당권을 쥐는 쪽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 등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의원들이 생겨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질 경우 재보선 공천권까지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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