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동 막는 규정 없어” 中-대만 분쟁시 투입 배제 안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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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 청구서]
브런슨 사령관, 규모-역할 조정 시사… 패트리엇 포대 이란 공습 참여 거론
“고정 배치는 군사적 실효성 낮아”… 韓 동의 없이도 미군 재배치 내비쳐
“北, 배 옆의 악어처럼 근접한 위험… 러함대 동해로, 中 제주 돌아 합류
中 서해활동 섬뜩… 美가 조치중”

“우리의 목표와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은 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적 유연성 사안이 생길 때마다 동맹국을 이해시킬 책임은 내게 있지만 그렇다고 임무에 빈틈을 남겨둘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가 미군의 이란 공습(미드나잇 해머) 작전에 참여한 것을 전략적 유연성의 사례로 들며 한국의 동의와 상관없이 주한미군을 대만 사태 등 역내 분쟁에 투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사령관으로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다영역기동부대(MDTF)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조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 “주한미군 고정 배치 군사적 실효성 낮아”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조정과 전략적 유연성, 한국의 중국 견제 역할 확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내놨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민감한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의 주한미군 재조정 논의와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단순히 숫자(numbers)가 아닌 임무 수행을 위해 이곳에 주둔하는 능력(capabilities)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조정) 결정들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한미군 조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일부 부대의 재배치를 통한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감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군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전략적 유연성”이라며 “이는 우리가 항상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4월 주한미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포대의 중동 차출을 전략적 유연성 사례로 들었다. 이어 “(전력을) 한 곳에 고정 배치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효성이 낮다”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전 세계 전력 배치 현황을 총체적으로 보고, 더 큰 문제 해결에 어떻게 투입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동의하거나 합의하지 않더라도 유사시 주한미군을 대만 위기 등에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2015, 2016년경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한 후 동맹과 동맹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 中 겨냥 “서해서 특정 조치 취하는 중”

브런슨 사령관은 북-러 군사협력, 중-러 군사훈련 등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위협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에 관한 어떤 문서에도 적(adversary)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북한은 ‘배 바로 옆에 있는 악어’처럼 가장 근접한 위협이기에 북한이 언급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극동함대가 동해 방면으로 남하했고, 중국 해군은 제주도 남방을 돌아 합류해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며 “두 나라가 함께한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모든 (군사)훈련은 실제 상황에 대비한 예행연습”이라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에 대해 “서해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 등) 남중국해와 섬뜩할 만큼 유사하다”며 “상세히 밝힐 순 없지만, 우리는 서해와 관련해 특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양안(중국과 대만) 충돌 시 한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각국 정부는 항상 자국 국익에 따라 결정한다”며 “그 때문에 만약 우리(미국)가 대만에 간다면 한국도 대만에 간다는 식으로 단정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한국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to be stronger against DPRK)이 요청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동맹을 현대화해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한국이 대북 방어를 주도함으로써 주한미군의 대만 사태 개입 등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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